소설
28.
결국 귀신의 집에서는 빛에 대해서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마음의 상처만 짊어지고 나오게 되었다. 직원들은 우리에게 환불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싶어 했다. 아정이와 형민이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끌리지 않았다. 대표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그래서 계약서 같은 각서만 받아서 돌아왔다.
각서만 받아서 그렇게 빠져나오듯이 돌아온 건 귀신의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다른 손님들이 갑자기 코에서 피를 흘렸기 때문이었다. 코피가 나는 건 대수롭지 않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의 코에서 한꺼번에 피가 흘렀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감염 병인가? 그것이 아니면 귀신의 집에 설치해 둔 조형물이나 실리콘으로 만든 고깃덩어리 같은 물질이나 구조물에서 석면이나 납 같은 성분이 기준 이상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하나 우리 빼고 모두 코피를 쏟았다. 할 수 없이 귀신의 집에서 빨리 나왔다.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 밖에서 보는 우리가 사는 빌라는 어쩐지 색감이나 틀이 조금 변한 것 같았다. 딱히 어떻게 변했는지 말하라고 하면 얼버무리다가 끝나겠지만 말이다. 나는 처제와 형민에게 집이 좀 달라진 것 같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집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서인지, 이 집에 머무른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처제와 형민의 말을 듣고 보니 또 빌라는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빌라에는 서른 가구가 살고 있었다. 평수가 꽤 큰 편에 속하는 빌라다. 나는 은행 일을 하면서 대출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고 죽기 전에만 다 갚으면 된다. 좋은 조건이었다. 언젠가부터 경기가 어려워지고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약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대출이 어려웠다. 대출은 아내의 아버지, 즉 장인의 도움을 받았다. 장인은 굴지의 제조업 회사에서 이사로 일하고 있다. 장인은 나를 그렇게 탐탁지 않게 생각을 했다. 해외업무를 보는 부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내와 차제는 어린 시절에는 홍콩, 미국, 독일에서 계속 자랐다. 나는 장모님을 본 적이 없다.
장모님은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아령이 아버지가 두 딸을 어디든 데리고 다니며 애지중지 키웠다. 장인은 큰 딸인 아내와 교감을 많이 해서인지 큰 딸에게 애착을 더 가졌다. 아내가 나와 결혼을 결심하고 아버지와 대치가 심했다. 처제는 늘 해외에 여행을 다녔고 아버지와 가까워질 여유가 언니에 비해 적었다. 그렇다 해도 처제는 특유의 왈가닥 같은 성격으로 아버지와 친밀함을 가졌다. 장인은 나를 보기 싫어했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은행에서 착실하게 일을 하는 나를 보고 마음을 돌렸다.
회사에서 착실하지 않은 사람이 가정에도 소홀한다고 장인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봤다. 장인은 결국 우리 둘이서 살기에는 큰 이 빌라를 구입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런 장인이 아내가 연락도 안 되고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있다는 걸 알면 당장 집으로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집에는 학교도 안 가는 처제가 옷도 입은 것 같지 않다시피 한 채 며칠 째 노트북으로 블로그를 작성 중이고 또 그 옆에는 남자 친구까지, 아마 장인의 손에 총이라도 있다면 나에게 발사했을 것이다.
귀신의 집에서 돌아오니 처제는 오자마자 느닷없이 청소를 했다. 며칠 동안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형민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녀석이 걱정이 되었다. 고양이 수 천 마리는 굶주리고 있었다. 먹이가 없어서 초반에는 정부에서 고양이들의 먹이를 제공했다. 그러다가 정부에서 음식을 주지 않자 서로 싸우다가 죽은 고양이를 먹기도 했다. 동족포식도 했지만 고양이들은 배가 고파서 새들까지 잡아먹었다. 처음에는 비둘기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는데 까마귀들 몇 마리도 잡아먹었다. 까마귀처럼 큰 새들은 고양이 세 마리 정도는 무참하게 죽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