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30

소설

by 교관


30.


“처제, 집 안이 그렇게 따뜻하지도 않은데 옷을 좀 더 입는 게 어때?”


“형부, 집 안에서는 답답한 게 싫어요. 이상해요?”


처제는 형민에게도 이상하냐고 물었다. 남자 친구는 자주 보던 모습이라며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저 녀석은 자기편을 들어주는 나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나는 형민을 쳐다보았다. 처제의 남자 친구는 생각보다 순진하고, 잘 모르고, 착하고, 똑똑했다. 생긴 건 여자들 등쳐먹게 생겼는데 생긴 거와는 딴판이었다. 엄청 밝힐 것처럼 생겼지만 그렇지 않았다. 까다롭지도 않았고 시키면 시키는 것들은 다 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거짓이 없고 사실만 말했다. 그것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금의 이 사태 속에서는 사실을 말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일단 나부터 그렇다. 하지만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일지도 모른다. 사람이란 알 수 없는 존재고, 인간의 마음은 설명이 안 된다. 게다가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대부분 마음속에 있는 자신이 모두의 전체라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아주 미완성 존재로 그저 전체를 이루는 단편에 불과할 뿐이다.


나 역시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지만 은행에서 일을 하면서 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보니 그런 것이 어느 정도 눈에 보이게 되었다. 처제도 거짓이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내뱉는 스타일이다. 후에 문제가 되든 말든 아직까지는 그것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부분이 맞아서 두 사람이 만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스페인의 어느 작은 마을의 카페라고 했다. 형민이가 거기서, 며 칠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그 마을에서 처제는 며칠 더 묵게 되었다고 했다. 한국 사람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그랬다. 녀석은 처제에게 마을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줬고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처제는 비자 때문에 일정을 맞춰야 해서 한국으로 돌아왔고 녀석은 일 년은 더 해외에서 거주할 수 있었지만 처제를 따라 입국했다.


두 사람이 이 집에 머무는 동안에 상자를 여는 것이 어려워졌다. 두 사람은 잠도 별로 없어서 나보다 더 늦게 잠들고 더 일찍 일어났다. 처제의 남자 친구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다가 소파에서 그대로 잠들었다가 아침에 나오면 일어나 있었다. 처제는 내가 자는 방 바로 옆방에서 잠들었기 때문에 상자 속의 이데아를 안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이데아에서 나오는 소리, 이데아가 뿜어내는 빛이 처제의 방까지 들리거나 뻗어 갈 수 있었다.


아내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아내는 내가 지금까지 보낸 메시지를 전혀 읽지 않고 있다. 길게 메시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아무래도 길이가 길면 클릭해서 메시지를 확인해야 하니까. 하지만 아내는 클릭을 하지 않았다. 아내가 걱정이 되었다. 마음 날 우리는 인스턴트식품으로 식사를 했다. 인스턴트식품이라고 하지만 맛은 괜찮았다. 나는 처제와 형민에게 아내를 찾으러 가야겠다고 말을 했다.


휴가를 한 달 얻었다. 벌써 일주일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여러 일들이 일어났다. 나는 휴가 기간 동안 아내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제와 처제의 남자 친구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내일 오전에는 떠날 테니까 집을 잘 보고 있으라고 말했다.


딩 동 딩 동.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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