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1.
아내의 친구가 왔다. 그녀는 아내의 친구이지만 아내보다 나이가 두세 살 많다. 정확하게 몇 살인지 모른다.
“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한 번 뵈었죠?”라며 나를 아는 척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오라고 했지만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녀는 아내의 부탁으로 오늘 아내에게 전해줄 책자를 들고 왔다고 했다. 지금 집에 아내가 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상관없다며 들고 온 책을 늘어놓고 마치 내가 아내인 양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어떤 음식에 관한 책이며, 이 책은 어느 지역의 특산물에 관한 책이며, 이 책에는 건강학 적으로 서술된 글과 음식이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적은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처제가 내려와서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오, 하며 처제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혹시 아내에게 연락이 왔던 가요?라고 내가 물었다.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아내의 블로그를 보고 친구가 되었다고 했다. 아내는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블로그를 보고 찾아온 사람과 친구가 되더니. 이상하게 아내 같지 않은 행동이었다.
“저는 블로그에 있는 에세이를 정말 좋아해요. 저를 다시 일으켜주는 글이에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그래요.”
“이상하게 들리지 않아요.” 이 말은 진심이었다.
“읽을 때마다 마음이 편해져요. 음식에 관해서 때로는 과감하고 편안하게 글을 풀어가는 게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는 블로그에 글이 뜨면 폰에 알림이 뜨게 되어있어요. 그녀는 늘 02시 22분에 블로그에 글을 올려요. 아마 그렇게 시간을 맞춰 놓은 것 같아요.”
“뭐라구요? 새벽에 글을 올린다구요?”
“몰랐어요? 블로그에는 02시 22분에 글이 올라와요. 그래서 구독자들은 이 블로그를 222 포스팅이라고 불러요. 222는 어느새 우리가 좋아하는 숫자가 되었어요. 그 시간에 모두가 잠들지 않고 깨어 있다가 블로그에 글이 올라오면 들어가서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지요.”
컴퓨터로 아내의 블로그에 접속을 해보니 글에 올라온 시간이 전부 2시 22분이었다. 아내의 친구는 나 옆에서 거 보라며 222라는 숫자에 애착을 드러냈다. 우리 구독자들은 모임을 통해서 티셔츠도 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 하얀 티셔츠에 222라는 숫자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아내를 빼고 몇 명이서 그 티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아내의 친구가 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을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오 눈동자가 신비롭군요”라고 말했다.
“제가요?”
“예, 눈동자가 무척이나 신비로워요. 한국인에게서는 잘 볼 수 없는 눈동자를 지니고 있군요.”
그럴 리가 없다. 이 여자는 무엇인가 잘못 본 것이다. 나는 거울을 봤다. 신비로운 그 어떤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처제에게 나의 눈이 어쩠냐고 물었다. 처제는 나의 눈동자를 보더니 “오 마이 갓”라고 하더니 “형부 눈동자가 오드아이가 되었어요. 정말 신비로워요. 어떻게 된 거예요?”라며 사진을 마구 찍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자 나는 알 수가 없다.
나는 다시 거울을 통해 나의 눈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내 눈에는 예전의 그저 갈색의 눈동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처제는 호들갑을 떨며 형민에게 말했다. 녀석도 욕실에서 나와서 나의 눈동자를 보더니 정말 신비롭게 보인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내의 친구가 “여기 너무 추운 거 아니에요”라며 몸을 움츠렸다. 나는 처제의 옷차림을 봤다. 전혀 춥지 않았다.
[지금 당국은 마을에 몰려 있는 고양이들을 퇴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화염방사기를 장착한 장갑차를 투입하여 수천 마리의 고양이들을 분산시켰으며 현재 고양이들은 현저하게 줄어든 모양 샙니다. 고양이들의 몸에서 나온 가시는 질본에서 방역업체를 통해 전부 수거를 하고 있습니다. 각종 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하늘에서 보는 고양이들은 한 빌라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든 모습이며 고양이들의 수는 대략 200마리 정도라고 합니다. 아, 지금 정도다 들어왔는데 정확하게는 222마리가 남았다고 합니다. 그럼 다음 소식이 들어오는 데로 다시 전하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