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2.
처제는 나에게 자신의 폰을 똑바로 보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드아이가 된 나의 눈동자를 제대로 담아야 한다고 했다. 형민이도 이런 눈동자는 신비롭다며 옆에서 거들었다. 아내의 친구는 춥다고 몸을 떨었다. 갑자기 너무 추워했다. 그래서 커피를 끓여주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춥지 않은 날씨에 집 안은 조금 덥다고 할 정도로 추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기에 처제가 탱크 탑에 민소매 차림으로 집 안을 활보했다.
아내의 친구는 몸이 아픈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의 친구에게 실은 아내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 마산으로 아귀찜 취재를 간다고 나간 뒤로 돌아오지 않으며 연락도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처제의 폰으로는 연락이 한 번 왔는데 내가 잠들어 있는 틈에 집으로 왔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아내의 친구는 초조한 얼굴을 하더니 나에게 바짝 다가와서 조용하게, 실은 나의 아내가 이 마을에 있다고 했다.
나는 놀라서 “뭐?”라고 했다. 그런데 아내의 친구가 얼굴에서 식은땀을 흘리더니 느닷없이 앞니가 하나 쑥 하고 빠졌다. 우리는 놀랐다.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아니나 이마에 식은땀이 방울방울 맺혔고 그중에서 한 줄기의 땀이 흘렀다. 앞니는 바닥으로 떨어져 소품처럼 보였다. 괜찮으냐고 물으니 그녀는 괜찮다고 했다. 녀석이 119에 전화를 한다고 하니 아내의 친구가 말렸다. 이 정도로 지금 119가 오지는 않는다며 소파에 앉아서 잠시 쉬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잠시 쉬기에는 여자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 보였다. 아내의 친구는 잠을 좀 자고 싶다고 했다. 이런 때에 하필. 며 칠 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고 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아내의 친구는 인간 감정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뭐라구요? 그런 일이 있다구요?”
우리의 말에 아내의 친구는 대학병원에서 의뢰를 받아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심리학을 전공해서 이 일을 할 수 있었는데 현대인은 감정의 문제로 인해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 역시 많다고 했다. 그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며칠 동안 밤낮 사리지 않고 일을 했다고 했다.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건 오직 아내의 블로그에 있는 글이라고 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아내의 친구를 처제의 방에 눕게 했다. 여자는 병원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맞지 싶었다. 하지만 여자는 잠을 좀 자고 일어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했다. 여자를 눕히고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를 불러 달라고 했다.
거실로 내려오니 경찰이 찾아왔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었다. 순찰을 돌고 있다고 했다. 별일 없냐는 말에 이 모든 일들이 별일이지만 별일 없다고 했다. 경찰은 한 명이었다. 보통 경찰은 2인 1조로 움직이지 않나? 지금 이 사태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안을 둘러봐도 괜찮겠습니까?” 경찰이 말했다. 나는 들어오라고 하려는데 형민이가 집을 왜 둘러보려고 하는지 물었다. 경찰은 단순한 순찰이라고 했다. 고양이들이 이 빌라 근처에 가득 있어서 혹시 집 안에 들어오지나 않나, 한 번 보는 거라고 했다.
“처음 보는 경찰분인데, 그런 거라면 방역업체에서 다녀갔어요. 그 외에 집을 보려면 수색을 하겠다는 영장을 보여주세요”라고 녀석은 마치 영화에서처럼 말을 했다. 그러자 경찰은 얼굴을 붉히며 알겠다고 하고서는 갔다.
“이봐, 우리 집에 방역업체가 온 적이 없잖아.”
“형님, 저 경찰 어딘가 수상해요.”
“그래? 어디가 수상해?”
“경찰은 보통 총을 옆구리에 차고 다니지 않아요. 허리에 차고 다닌다고요.”
“그래?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비상사태잖아.”
“그렇기는 해도 요즘 차고 다녀야 하는 총에서 정말 벗어났어요. 저 총은 사람의 머리통을 완전히 박살 내버리는 총이라구요.”
아내의 친구가 아내는 이 마을에 있다고 했으니 마을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하지만 마을에는 경찰 같지 않는 가짜 경찰들이 순찰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처제와 형민에게 잠시 나갔다가 올 테니 아내의 친구를 잘 지켜보라며 나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