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33

소설

by 교관


33.


거리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내가 서서히 걸으니 고양이들이 나와 거리를 두고 따라왔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따라다니지는 않는다.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은행 앞으로 왔다. 경비원이 바뀌었다.


경비원들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창구에서 고객들을 대면하는 직원 중에 아는 직원이 없어서 조금 놀랐다. 내가 휴가를 받을 동안 직원들이 전부 바뀐 모양이었다. 직원들은 다른 지점으로 로테이션하며 일을 한다. 하지만 아직 다른 지점으로 갈 시점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지점에서 이곳으로 오려면 6개월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직원들이 전부 바뀌었다.


은행에서 일을 하는 건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않았다. 나는 나의 자리로 갔지만 나의 책상이 없어졌다. 동료를 찾았다. 동료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동료에게 다가가서 도대체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동료는 평소와는 달리, 나와 같이 일을 할 때와는 달리, 너무나 열심히 컴퓨터를 보며 일을 하고 있었다. 때 아닌 난리 통에 대출하려는 중소기업 인들이 늘었다. 동료는 아마 눈이 빠지게 일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동료는 나를 보더니 잠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동료에게, 부장님에게 갔더니 나를 모른 척하더라고 말했다. 동료는 나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서는 화장실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문을 잠갔다. 그리고 조용하게 말했다.


“눈치챘겠지만 은행에 칼바람이 불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도 잘 모르겠네.” 그리고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자네”라고 말하고는 또 한참을 있었다. 동료는 고개를 잠시 갸웃거렸다. 나는 동료에게 나의 책상은 왜 치웠냐고 물었다. 나는 휴가가 끝나면 어디로 복귀를 하는지도 물었다. 동료는 또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오류에 걸린 로봇 같았다. 그리고 휴가?라고 물었다. 그래, 휴가.라고 말했다.


“내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자네의 퇴직처리 서류를 내가 작성했다는 거지. 부장이 하필 나에게 그걸 시키더라구.”


“뭐? 퇴직?”


맙소사.


나는 대출을 받은 그 돈으로 퇴직금을 대신하고 퇴사를 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동료가 나의 직인이 찍힌 서류를 보여주었다.


“근데, 자네 지금 보니 괜찮은데 몸은 좀 나았나?”


나는 몸은 괜찮다고 했다.


” 그래? 벌써 치료가 다 되었나? 자네 아마 불치까지는 아니어도 난치병에 가깝다고 하지 않았나?”


내 가 도무지 모르는 이야기를 동료가 했다. 동료에게 시간을 내서 좀 자세히 말해달라고 했다. 내가 치료를 받는 동안 단기 기억까지 소멸했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동료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지금 업무만 처리하고 갈 테니 건너편 스타벅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스타벅스의 화장실 옆 코너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동료가 온다고 했다. 그러더니 나의 등을 슬슬 문질렀다.


“오, 정말이구만. 자네 등에 울퉁불퉁하던 그 가시 같던 암세포들은 다 없어졌구만.”


아니, 동료가 나의 몸 안에 있던 가시들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말인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동료는 지금 보는 업무처리 하나만 하고 만나자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오려는데, 동료가 “자네 지금 은행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되네. 될 수 있으면 뒷문으로 빠져나가.”


왜 그런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다. 나는 뒷문으로 조심스럽게 나왔다. 은행 맞은편 건물에 스타벅스 카페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은행에 출퇴근하면서 근처의 여러 카페를 이용했지만 이곳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스타벅스가 아니라 스타트벅스였다. 스타벅스 아류 카페였다. 스타벅스와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스타벅스 같지 않는 스타트벅스였다. 뭐 아무렴 어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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