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35

소설

by 교관


35.


집으로 들어오니 모든 창문은 커튼으로 막아 놨고 청소가 무색할 만큼 어지러웠다. 처제와 형민은 아내의 친구를 꽁꽁 묶어 놓고 있었다. 얼굴이 조금 부은 걸 보니 몸싸움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처제, 이게 무슨 일이야?”


처 제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지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글쎄, 언니 친구라는 이 여자가 형부 방에서 서랍을 뒤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우리에게 덤벼들지 뭐예요. 가타부타 말도 없이 덤벼들었다고요. 그러더니 이상한 소리를 해댔어요.”


여자에게 물린 재갈을 푸니 여자는 소리를 질렀다.


“당신 집에 있는 그걸 없애야 한다고!”라며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이 여자가 말을 하는 게 그거인가? 이데아? 이 여자가 어떻게 알았지? 이데아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건 이 여자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일까. 이데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있는 모양이다.


“당신 아내는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당신 아내는 당신을 이용하려고 지금까지 당신 곁에 있었던 거야!”


여자가 말을 할 때 처제가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이 여자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일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들고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인간이 아무리 달에 가더라도 달의 뒤편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처제는 또 여자의 얼굴을 가격하려고 했다. 나와 형민은 처제를 말렸다.


“무슨 말입니까? 도대체? 아내가 나를 이용하고 있다니? 사실 아내가 나를 이용한다고 해도 나는 괜찮아요. 지금까지 같이 살았으니 나를 이용하고 있었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나저나 당신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군요. 그게 뭔지 말해주세요.” 나는 여자에게 물었다. 그러나 여자는 이상한 소리만 했다. 달의 뒤편을 시작으로 인간의 상실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공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멋진 말이기는 했지만 횡설수설처럼 들리기만 했다.


처제와 형민과 나는 의논을 했다. 이제 저 여자를 풀어 줄 수도 없었다. 여자를 묶고 얼굴을 가격하기까지 했다. 경찰에 말을 하면 우리는 조사를 받아야만 한다. 경찰이 아닌 경찰이 왔던 것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몇 가지의 추론을 했다.


이 집에서 무엇인가를 빼가려고 하는 어떤 집단, 어떤 단체가 있고 그들은 이 집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그러나 왜인지 무력을 막 사용해서 들어오지는 않는다. 처제의 말대로 언니는 이 도시를, 이 마을을 빠져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이 마을에 있다면. 자의든 타의든 이 마을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론에 이르렀다.


중요한 건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의논을 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빌라에는 지하실 같은 것도 없다. 묶어 둔 채 어딘가에 있게 해야 하는데 마땅치가 않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잠이 들게 하는 것이다. 마취를 하는 것. 그러나 마취에 대해서도 우리는 문외한이었다.


여자는 우리에게 비협조적이었다. 아내가 집에 없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이다. 나는 아까 은행에 가면서 처제와 형민이 때문에 이데아를 몰래 숨겨 두었다. 그걸 여자가 찾으러 왔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그 경찰제복을 입은 사람들과 이 여자도 한패일까.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의 형태가 없던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내도 그럼 이데아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말일까. 아니다, 아내는 이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스타트벅스에서 정신을 잃은 나를 데리고 40분 간 무엇을 한 사람들은 또 누구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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