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6.
생각을 하는 동안 처제와 형민이가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처제는 어깨에 야구 방망이 같은 걸 매고 있었다. 여자의 재갈을 다시 풀었다.
“아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뭡니까?”라고 내가 물었고, 처제가 몽둥이로 위협을 가하면서 언니에 대해서 다 말하라고 했다. “말해!”
“이 세상은 곧 종말을 맞이한다! 이 종말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용서를 빌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야”라고 여자는 말했다.
그것? 그게 뭐지?라고 형민이 물었다. 그러다가 여자의 입에서 이데아의 말이 나올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처제가 주먹으로 있는 힘껏 여자의 얼굴을 때렸다. 아오, 주먹이 쇠붙이를 있는 힘껏 때린 것 같았다며 처제는 인상을 썼다. 너무 아팠던 것이다. 여자는 그대로 기절을 했다. 이런 씨발,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여자는 얼굴이 부어올랐다.
그때 형민이는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형님, 집이 엉망이겠지만 잘 찾아보면 엄마의 진정제가 있을 겁니다. 그걸 찾아서 오겠습니다.”
"우리 전부 같이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엔 여자를 혼자 두기에 너무 위험해요.”
“형민이 너네 집은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 혹시 사라진 부모님도 여자와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잘 모르겠어요. 우리 집뿐만 아니라 아파트 대부분이 그래요. 어떤 동은 부서진 곳도 있어서 소방차가 들어오고 사람들 통제도 이루어졌거든요. 근데 무엇 때문인지는 자세하게 모르겠지만 싱크 홀 때문이라고 그러던데. 확실한 건 도시에 고양이 떼가 출몰하고 그 알 수 없는 빛이 나타났고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진정제는 저도 필요해요.”
“너는 왜?”
“저의 어머니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요. 우울증이 아주 깊어서 진정제를 맞아야 할 때가 있고, 저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피부가 좋지 못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는 피부가 나무껍질 같아져요. 물론 긁어서 그렇게 되는 거지만. 그럴 때 진정제를 저도 맞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심하게 긁다가 나무껍질처럼 변한 피부 사이에서 피가 나요.”
우리 대화를 듣던 처제는 그럼 우리 둘이 다녀오라고 했다. 처제가 여자를 잘 감시하고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있다면 나에게 전화를 한다고 했다. 잠깐, 나는 처제에게 은행에 갔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고 40분 간 어디로 끌려가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주머니에는 휴대전화가 그대로 이상 없이 들어 있는 것이 수상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니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나에게 연락하지 말고 형민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다. 휴대전화 속에 어떤 칩을 숨겨 두었을지도 모르니까 어떻든 그놈들이 봐도 알 수 없거나, 대수롭지 않은 문자나 메시지를 보내라고 했다. 처제는 알겠다고 했다. 올 때 식료품을 사 오라고도 했다. 마라탕 컵라면을 꼭 사 오라고 했다.
이놈의 마라탕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군. 나를 형민에게도 마라탕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형민은 몇 번 먹어본 게 고작이라고 했다.
“아니 좋아하냐고?”
“형님, 맛은 괜찮지만 형님처럼 저도 찾아서 먹지는 않아요. 같이 먹으러 가기를 바라니까 먹는 거예요. 그래도 먹다 보면 맛은 있어요.”
“나와 같은 이유?”
“이렇게 물어보시는 건 마라탕을 별로 드시지 않거나, 그 특유의 맛을 석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아닙니까? 여자들은 마라탕 정말 좋아해요. 아이가 어릴수록 마라탕을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형님? 마라탕 라면은 그래도 맛이 괜찮아요. 그냥 라면이에요.”
그냥 라면이라는 말이 현재 일어나는 이런 일들이 그냥 일어나는 일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그냥 그런 것이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아내와 마라탕을 먹으러 갔던 전문점에 대부분 여자 손님이었다. 학생들부터 2, 30대까지 전부 여자들이었다. 남자는 한 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삼삼오오 전부 여자들이 앉아서 마라탕을 자기 주관대로 먹고 있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올 때 마라탕 컵라면을 사 오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