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6

소설

by 교관

6.


오늘 밤에도 나는 허기 때문에 잠들지 못했다. 나의 팔은 말라서 기괴하게 보였다. 하지만 음식을 먹을 생각은 없다. 음식은 더 이상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허기가 질 때면 나는 편지를 읽는다. 나에게는 매일 모르는 여자에게 편지가 온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편함에 편지가 들어있다. 우체부를 통해서 오는 것은 아니다. 편지봉투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늘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동봉되어서 온다. 봉투를 뜯으면 편지지에 빼곡하게 편지가 쓰여 있다.

나는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이 여자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다. 그녀는 나에게 뺨을 맞고 가버렸다. 그녀가 나의 곁을 떠나기를 나는 바라고 있었다. 그건 잘 된 일이다.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그녀는 이런 편지를 쓰지 못한다. 나는 나에게 이 편지를 보내는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다. 편지의 끝에는 죽어서 자유롭고 싶다는 말로 늘 끝맺었다.


나는 기묘하게도 그 편지를 읽으면 허기가 사라졌다. 거짓말처럼 배가 불렀다. 편지 속의 글자는 나에게 밥과 같았다. 편지를 읽고 있으면 나는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나는 꿈속에서 편지소녀를 만난다.


편지소녀는 가녀린 몸매를 하고 있다. 나의 마른 몸과 비슷했다. 그러나 얼굴은 편지지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편지소녀의 얼굴을 한참이나 눈을 돌리지 않고 볼 수 있었다.


편지소녀는 얼굴을 바꿔가며 나에게 말했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지에 글로 표현했다. 편지소녀는 편지지얼굴에 많은 감정을 쏟아냈다. 나는 편지소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 좋았다.


나는 편지소녀에게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넣어 두었다. 간절히 당신을 만나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을 매일 밤 꿈에서 만나고 있다. 당신은 나의 구원이자 위로다. 이제는 진짜로 만나고 싶다.


다음 날 윤기에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날리는 편지소녀가 서 있었다. 편지소녀는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실은, 어쩌면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온다는 착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편지소녀와 만나고부터 음식에서 머리카락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 머리카락 한 가닥, 그건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기묘하고 괴랄한 무엇인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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