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나라 1

소설

by 교관


1.


승섭이는 매일 집 앞의 강변에 나가 벤치에 앉아서 자전거 행렬을 바라본다. 요즘 부쩍 늘어난 자전거 행렬을 벤치에 앉아서 바람을 맞으며 보고 있으면 그들은 어딘가를 향해서 끝없이 달려간다는 것에 알 수 없는 위안을 느끼곤 했다. 승섭이가 자전거 행렬을 보는 행위를 좋아한다고 딱히 말하기는 어렵다. 자전거가 저 멀리서 달려와 자신의 앞을 지나서 저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꼭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과 비슷했다. 하지만 자전거 행렬을 보고 있으면 느긋함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한 것은 없지만 빠른 것을 보며 느리게 흘러가는 강물도 본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들은 흐른다.


요즘의 날은 해가 뜨지 않아서 언제나 흐리다. 태양이 사라진 날에는 겉옷을 하나 준비해서 벤치에 앉아 있다. 강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불알이 오그라들 정도로 춥기 때문이다. 애매한 계절은 늘 그렇다. 이렇게 차려입으면 답답하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춥다.


승섭이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강변의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자전거 행렬을 본 지가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다. 어느 날 문득이라고 해도 좋을법한 날에 승섭이는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자전거 행렬을 반나절 동안 바라봤다. 배가 고프면 일어나서 노숙자들의 ‘밥퍼’에서 밥을 먹었다. 승섭이는 벤치에 앉아서 강변의 바람을 맞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부의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버린 사람 같았다.


옆에서 보면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사람 같았다. 생각의 공간이 텅 비어 있지만 그 속에 그 어떤 것도 채우려 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꼭 어린이와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눈에 띄지 않게 흙을 파먹는 절지류가 승섭이의 생각도 아주 조금씩 시간을 들여 다 파먹어 버린 것이다. 승섭이와 대화를 하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어떤 선 그 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대화 수준이었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기이한 사람이었다.


저녁이 되면 승섭이의 어머니가 와서 그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그의 어머니의 얼굴은 승섭이를 보는 내내 그늘이 드리워져있었다. 어째서 나의 아들이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과 고뇌가 고스란히 그녀의 얼굴에 묻어나 있었다.


승섭이는 소위 엘리트였다. 학창 시절 줄곧 1, 2등을 꿰찼고 일류대학을 한 번에 들어갔다. 경영에 관심이 많은 승섭이는 전자공학부에서 경영학과를 거쳐 입대를 하고 제대 후 바로 대기업의 인턴으로 취업을 했다. 탄탄대로였다. 인턴 일 년 후 학교 졸업과 동시에 정직원이 되었다. 대기업 무선사업부에서 승섭이는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그의 진화는 신화적 후광도 없었고 오로지 그의 실체가 이루어낸 결과였다. 팀장은 젊고 추진력이 강하고 넘어질 줄 모르는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했고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맡겼다.


승섭이의 머릿속에는 테크놀로지와 자본의 흐름과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제시를 적확하게 집어낼 줄 아는 재능이 있었다. 승섭이는 앞을 내다볼 줄 알았으며 그가 제출한 사업제안서는 위에서 긍정적으로 검토가 이루어졌다. 이제 검토 중에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프로젝트의 윤곽이 드러났고 디자인을 하는 작업까지 승섭이가 맡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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