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5

소설

by 교관


5.


그녀가 고로케를 사 와서 먹어보라고 했다. 자기야 고로케는 괜찮아. 고로케는 지구 최고의 음식이야. 맛도 좋고 간편하고 말이야.


나는 고로케 따위 먹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가 별로다. 나는 늘 그녀가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생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런 점이 좋았다. 나의 몰골은 점점 말라서 볼품없었다. 내가 이렇게 망가지만 그녀가 나를 떠나갈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나를 떠나지 않고 있다. 고로케를 한 입 먹었다. 그 안의 야채들이 입 안으로 썰물처럼 밀려왔다. 그 사이에 머리카락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뺨을 때렸다.


슬펐다. 나는 슬픈 것이다. 이불속에 파묻혀서 내내 나오지 않았다. 나올 수 없었다. 나는 힘이라고는 화장실 갈 때밖에 낼 수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 먹지 않는데 회장실에는 가야 한다니 그게 슬펐다. 온전히 이불속에서 발가락만 꼼지락 거리며 하루 웬 종일, 아니 이틀 내내 있고 싶을 뿐이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가기 싫은데도 화장실에는 가야 한다. 일어나기 싫은데도 일어나야 하고 잠이 들어야 한다. 어째서 인간은 그렇게 생겨 먹은 걸까.


섹스를 통해 아기가 태어나면 신성하다지만 청소년들이 섹스를 하면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아주 나쁜 것으로 치부된다. 그 구멍이나 그 구멍이나 한 가지인데 인간에 따라 옳고 그름이 판별 난다.


웃기는 일이다. 인간은 모순된 삶을 살고 있다. 모순에 모순을 거듭하며 모순을 모순하며 매일을 보낸다. 어째서 인간은 그렇게 빌어먹게 생겨 버린 걸까.


인간과 친구가 되는 게 두렵다. 그래서 나는 다른 존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간이 싫어서 인간과는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고 싶다. 나는 그 신호를 받았다고 생각이 든다. 음식 속에서 머리카락이 계속 나오는 건 다른 존재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다.


나는 이제 그 신호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 모순된 인간관계가 꼬인 삶 속에서 벗어난다. 그럴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나의 믿음은 신을 향한 믿음보다 더 강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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