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4

소설

by 교관


4.


나는 잡내가 어느 정도 나는 국밥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국밥은 잡내가 강했다. 그래도 허기가 지니까 나는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뜨거운 잡내가 입 안으로 확 들어왔다. 우물우물 씹어 먹는데 기분 나쁜 느낌이 났다.


혀끝으로 머리카락이 느껴졌다. 몹시 기분이 나쁜 머리카락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빼냈다. 길게 머리카락이 죽 나왔다. 한 가닥이 몹시 길었다. 할머니의 머리카락일 것이다. 게다가 무척 뻣뻣했다. 이런 머리카락은 처음이었다. 입 안에 가득 있던 국밥을 그릇에 다시 뱉어냈다. 다행히 주인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지는 않았다. 한 순간에 입맛이 싹 날아가 버렸다.


할머니의 머리는 수건으로 덮어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국밥에 빠진 머리카락은 할머니의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일어나서 할머니의 머리를 덮은 수건을 벗기고픈 충동이 들었다. 그런 충동은 서서히 오지 않는다. 서서히 오는 건 충동이 아니다. 나도 모르는 새 본능이 손을 움직여 수건을 젖히게 만들지도 모른다.


고개를 드니 옆 테이블에서 묵묵히 앉아서 국밥을 먹던 동네 어르신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어나서 계산을 하고 나오고 말았다.


결국 나는 음식점에서 음식은 사 먹지 않게 되었다. 나는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다가 중간쯤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면 나는 음식을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에도 머리카락이 음식에서 나왔다. 나는 점점 말라갔다. 어느 날은 머리카락이 몇 가닥씩 반찬 안에 들어있었다. 나는 그 뒤로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 있고 그 어느 때보다 몸이 가볍다고 느꼈기에 건강에 이상이 없는 이상 음식물을 거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소량의 음식은 복용해야 했다. 머리카락은 살아있었다. 어느 날 미역국을 먹게 되었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열 몇 가닥이 미역국에 들어 있었다. 미역과 함께 미역국 안에서 유영하듯 움직였다.


나에게 음식이란 무엇일까. 음식을 먹는다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머리카락을 먹으면 된다. 아무 맛이 안 나기 때문에 맛이 좋다. 머리카락의 맛은 머리카락의 맛이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부모님에게는 그렇게 고했다. 그리고 나는 집을 나와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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