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3

소설

by 교관


3.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자꾸 나와서 입맛이 없어졌다. 머리카락이 나오지 않을 음식, 크래커나 동봉된 빵 같은 걸 사 막었다. 그래서 그런지 입맛은 없는데 허기는 몰려왔다.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다. 먹기는 싫다고 머리가 생각하는데 몸은 먹기를 바라고 있다.


허기는 점진적이지 않다. 폭력적이다. 거세게 와서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본능이 폭발하면 생각 따위는, 아무리 중요한 생각이라도 멈추게 된다. 본능이 때로는 좋다고 생각한다. 본능에 충실하면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본능에 불응하며 지내왔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배가 고파서 오랜만에 국밥을 한 그릇 먹기로 했다. 길을 걷다가 전통시장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시장이었다.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전통시장에는 드문드문 장사를 하고 있었고 호객행위 같은 것도 없었다. 전통시장 안의 국밥집은 40년은 족히 넘은 가게들이었다.


4군데가 붙어 있고, 들어가는 입구에 오래된 가마솥에서 뼈를 우려내 국물을 끓이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주인 할머니가 허리를 펴지 못한 채 가마솥의 불을 보고 고기를 삶고 뼈를 우려낸다. 그런 곳이다.


오래도록 장사를 해서 그런지, 손님 대부분이 단골이라 그런지 손님이 와도 인사 같은 건 없다.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얼굴의 주름이 밭고랑 같아서 웃고 있는지 인상을 쓰는지 알 수는 없는 주인 할머니가 물 컵을 놓아주었다.


머리에는 수건을 쓰고 있고 토렴 해서 국밥을 내준다. 엄청나게 뜨거운 국물이 손에 닿아도 전혀 뜨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뚝배기를 잡은 손가락과 손바닥의 한 부분은 손금이 사라졌다.


국밥집 안은 오래된 형광등 때문에 낮인데도 어두웠다. 벽면은 칠한 지 오래되지 않은 녹색 페인트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들어왔지만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하며 국밥을 먹지 않았다.


마치 모르는 이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것처럼 무표정으로 국밥을 후룩 하며 먹기만 할 뿐이었다. 내 앞에도 돼지국밥이 나왔다. 먹음직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꼬릿 한 돼지 잡내가 많이 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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