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Mar 2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9

2장 1일째


39.

 오너는 대기업에서 일할 당시 심각한 부조리에 대항하다가 그만 쫓겨나고 말았다. 회사에서만 쫓겨난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퇴출당하도록 대기업이라는 빅브라더는 압력을 가하고 조치를 취했다. 회사에서 나오면서 같은 마음의 동료와 사무실을 열어 지금의 회사를 창업하게 된 것이다. 오너는 당시 쫓겨나면서 이혼이 겹치는 등 개인사에서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생활의 끝을 맛보았다. 하지만 오너는 이겨냈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라선 것이다. 가진 것을 티 내지 않는 성격이었고 결단력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앞을 내다보는 심안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품이 내재되어있었으며 자기 사람이라는 인상이 풍기면 오너는 끝까지 안고 가는 성향의 사람이었다. 내 쪽에서 배신하지 않으면 오너는 버리지 않았으며 어떠한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만, 내 사람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가차 없었고 동전 하나도 건네주는 법이 없었다. 당시에 오너는 몇 안 되는 직원들에게 여기서 지금 하는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분명히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고 그 결실을 이뤄냈다. 어려운 시기에도 오너는 어디에서 자본이 나오는지, 많은 월급은 아니지만 연체되는 일없이 매달 꾸준하게 직원들에게 입금해 주었다. 오너는 자신의 직원들을 믿고 투자를 계속했다. 마동이 입사했을 당시 회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무지하리만큼 몰랐기 때문에 오너가 마동에게는 직접 특수한 부분을 교육시켰다.


 뇌파에서 잃어버렸거나 소멸되어 버린 꿈이나 미약한 꿈을 채취하는 방법부터, 채취한 꿈을 허브 속에 넣어서 컴퓨터를 통해 여러 개의 레이어로 나뉘어서 세밀하게 디자인하는 방법을 배웠고 다시 그 갈라진 꿈들의 조각을 틀에 맞게 맞추어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 현실화시켜 꿈을 되팔아야 하는 세일링까지, 모든 부분에 관한 것을 훈련을 통해서 마동을 교육시켰다. 누구나 처음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마동은 남들과 조금 달랐다. 오너는 회사를 창업하여, 시작하고 고안해낸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받아들이는 마동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인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라고 마동에게 말해주었다. 마동은 어이없게도 이 방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특히 클라이언트의 뇌파 속에 숨어있는 꿈을 채취하는 작업을 오너보다 수월하게 해내었다. 일단 망가진 꿈을 발췌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 자칫 뇌파 속에 있는 현재의 꿈이거나 현실에 국한된 시냅스를 잘못 건드리면 그것은 말 그대로 큰일인 것이다. 뇌파 속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묻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채취할 때 뇌파 속의 잃어버린 꿈과 함께 다른 물질도 같이 채취를 하면 낭패를 보는 것이다. 뇌파는 끊임없이 어딘가와 교신을 요하고 있기 때문에 묻어있는 세균을 피해서 채취해야 한다. 갈라져 있는 오래된 꿈을 채집하는 작업은 어려웠지만 마동은 수영선수가 유영을 하듯 잘 해냈다. 물론 긴장을 하고 훈련을 거쳐 집중을 해야만 했지만 오너는 마동의 능력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어떤 이들은 잃어버린 꿈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어 버려서 뇌의 저장고에 넣어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의 무의식이 그렇게 블랙박스를 만들어 기억을 저장해버리는 것이다. 그 저장고에 도달해서 꿈을 채취하는 것은 뇌파에서 꿈을 채취하는 것과는 또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저장고에 도달하여 장기기억 속에 갇혀있는 잃어버린 꿈을 빼내려면 단백질의 합성이 필요했다. 시냅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리카락의 70분의 1만큼 가늘기의 긴 신경세포와 동일한 물질 속에 단백질을 밀어 넣어서 투입한다. 물질 속에 있는 단백질을 블랙박스에 투하하여 합성을 요구한다. 그러면 장기기억 속의 신경세포에 흐르고 있던 전기적 신호가 나타나며 밀도가 팽창하는데 그때 집어넣은 물질로 장기기억의 저장고, 즉 블랙박스 속의 잃어버린 꿈을 채취한다. 이 모든 작업을 마동은 탁월하게 해냈다. 이렇게 이루어진 작업 과정은 정부의 허가가 필요했고 의학계와도 많은 부분의 계약과 개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