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1일째
38.
몇 해 전부터는 대부분의 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했다. 3년 정도는 사무실에 꽤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풍파가 몰아치기도 했다. 회사 내의 시스템 운영 방식을 캐내려고 스파이가 신입사원으로 위장하고 입사를 한 경우도 있었고, 정부에서 위험요소를 간파하고 찾아와서 오너를 며칠씩 데리고 가서 잡아둔 경우도 있었다. 당시에는 오너가 없으면 회사가 하루도 돌아가지 않았을 시기였다. 마동이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회사는 위태했고 어려웠다.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면접실에서 면담을 보는 자리에서였다. 그 자리에서 오너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입사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회사는 초기 벤처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고 불분명했다. 마동은 자신의 모습 역시 위태롭다고 생각했다. 위태로운 마동은 위태한 회사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촛불처럼 흔들림이 많은 회사였지만 마동은 오너를 믿었다. 오너와 면담을 거치면서 마동은 이런 사람이라면 믿고 나를 맡겨도 된다고 생각했다. 오너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눈빛으로 회사의 방향성과 디테일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미래에 대해서 내다볼 줄 아는 안목이 있었다. 마동이 입사할 당시 이 회사에 입사를 하는 마동을 보고 대학교의 동기들은 수근거렸다. 졸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정 지어지지 않는 기이한 회사에 벌써 입사원서를 넣는다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비친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동은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입사 면접을 보기 위해 그 당시에 맞춘 정장을 마동은 아직도 입고 다니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는 커져갔고 그 속에서 마동이 하는 일도 점점 불어났다. 당연히 직원들이 늘어났고 하루 종일 사람이 뿜어내는 설명할 수 없는 냄새를 맡으며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 적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동은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마동이 하는 일은 창의적이었고 상상력을 요했다. 사람들의 다양한 꿈에 접근할 수 있는 이 일을 하는 것에 가끔 회의를 느낄지언정 꽤 괜찮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퇴근 후에는 마음껏 달릴 수 있었다. 마동에게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실컷 달리는 것, 그것이 가장 즐거웠다. 퇴근 시간은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회사에 남아서 야근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마동에게 할당된 양의 작업은 집중력을 가지고 업무시간에 하면 되었다. 간혹 작업이 남아 있으면 노트북으로 옮겨 집에서 하기도 했다.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그 전날 작업하느라 새벽까지 지새웠으면 월급과는 상관없이 출근시간의 연장도 가능했다. 그만큼 회사는 자유로운 곳이었다. 회사의 일은 흘러넘쳤고 끊이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마동은 오너라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그 한 사람을 보고 지금까지 왔다.
마동이 회사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마주한 오너라는 존재였다. 오너는 키가 165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정장을 입고 있으면 거부할 수 없는 풍모를 자아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정장이 자신의 몸에 조화를 이루었다. 1950년생으로 수도권에서 태어나 대학을 그곳에서 마쳤다. 군 생활도 파병 근무를 했을 만큼 외국어에도 능통했고 굴지의 대기업에서 긴 세월 동안 전자사업본부팀에서 일을 했다. 전자제품이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문을 써 학위를 받기도 했다. 검고 얇은 뿔테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언제나 반짝였고 그 속에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읽어낼 수 없는 분위기를 오너는 지니고 있었다. 걸음이 빨랐고 걸음걸이는 반듯했다. 달변가에다가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었다. 이혼 후 지금은 혼자 살고 있고 애인이 여러 번 바뀌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하나 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딸과의 사이가 요원해 보였고, 딸 때문인지 전 부인과의 접촉도 가끔씩 있었다. 역동적인 미니 쿠퍼를 몰고 다닐 정도로 대단히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