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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2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0

2장 1일째


40.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이라는 것이 뇌 속에 오래된 형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꿈이라는 것은 너무나 확고해서 꿈에서 삶이 이탈했을 때 꿈을 향한 마음이 간절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잃어버린 꿈은 뇌 속에 다른 형태로 남아 있거나 허물어져 버렸거나 뇌가 뿜어내는 여러 가지 물질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분해되어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뇌에서 나오는 물질이 아들이나 딸에게 유전적으로 옮겨가서 윗대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려는 모습도 왕왕 보였다.


 채취자들은 뇌파에서 변이 한 물질의 형태를 적출해서 채집을 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훈련을 거친 채취 자라고 해서 모든 이들이 수월하게 뇌파를 비집고 들어가서 잃어버린 꿈을 채취하는 것은 아니었다. 뇌파 속 꿈의 채취, 그 부분 때문에 회사는 보험회사와의 계약 체결이 2년이나 걸렸다. 회사에서 마동은 고객의 망가진 꿈을 발췌하는데 투망으로 물고기를 건져 올리듯 깔끔하게 채취를 했다. 게더 룸에서 작업을 하는 직원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마동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마동이 고객의 뇌파에 접근할 때에는 아주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톰 요크가 there there를 부를 때의 표정과 흡사하게 변했다. 도저히 본래 마동의 얼굴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건 아마도 마동의 뇌파가 고객의 전기적 신호를 따라서 뇌파에 접근하면서 동시 공체를 지니게 되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오너는 여러 경험과 임상실험을 통해서 그렇게 받아들이고 마동에게 말해 주었다.


 뇌파를 채집하는 게더 룸에는 고객과 마동, 그리고 오너 한 사람만 동승이 가능했다. 정부에서 누군가 나온다면 정부의 사람 정도가 채취 현장에 있을 수 있었다. 마동이 고객과 동시 공체를 느껴 수월하게 복잡한 고객의 뇌파에 접근하여 망가진 꿈을 적출해 버리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다른 작업자들보다 손쉽게 일을 진행하는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탁월함은 굉장한 피로를 몰고 왔다. 이렇게 작업 하나를 끝내면 마동은 한동안 휴식을 취해야 했다. 바람이 쑥 빠져나가버린 풍선처럼 힘이 몽땅 빠져나가버리는 것이다. 마치 반나절 동안 전력을 다해 달리고 난 것처럼 힘이 들었다. 꿈 리세일 회사의 중심부에 마동이 있었고 마동은 꿈의 리모델링을 하는 작업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두 달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에서 어떠한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해마의 기능도 정상적이었고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빛의 반응 그리고 신체의 각 기관도 정상이었다. 오히려 입사할 때보다 시력이 좀 더 좋아졌다.


 오너는 마동의 능력을 한껏 끌어올려 회사 전반의 모든 부분을 지휘할 수 있게 마동에게 디자이너들의 총괄을 맡겼다. 권한이 주어짐과 동시에 마동에게는 책임이 뒤따른다. 오너는 철저하게 파트별로 직원들을 채용했고 파트별로 나누어진 부분의 작업만을 가능하게 했으며 다른 파트에 대해서는 서로 간에 보안을 지키도록 했다. 직원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부여했고 그에 맞는 작업을 하는 시스템으로 화사는 돌아가고 있었다. 직원이 자신이 맡은 파트를 제외한 부분의 정보를 몰래 빼낸다거나 회사의 여러 파트에 개입을 하게 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한 직원이 정보를 끌어안고 타사로 가버리면 회사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었다. 무엇보다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가장 큰 타격이었다.


 오너가 회사를 설립하고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지자 유사한 회사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정부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뇌파 채집 부분의 부처를 따로 만들게 되었다. 정부는 꿈 리모델링 회사의 사업 유무를 지정해주었지만 사람들의 욕망을 채우기에는 회사의 숫자가 모자라는 형편이었다. 오너는 그렇게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가 소멸하는 회사들 속에서 회원들의 수를 꾸준하고 침착하게 늘려갔다. 평판은 좋아졌고 오너가 다녔던 기업의 간부들까지 회사를 찾아서 은밀하게 꿈의 리모델링 작업을 오너와의 거래를 통하게 되면서 회사의 덩치는 점점 커지게 되었다. 꿈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에는 반드시 마동이 중심에 있었고 오너가 다녔던 기업의 간부들의 꿈 채취를 마동이 맡은 이후 마동을 찾는 고객들은 당연히 늘어나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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