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2.
아내의 귀를 파주고 있었다. 아내의 무릎을 베고 아내의 사타구니 냄새를 맡는 게 나는 좋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말하기 싫은 나만의 비밀 말이다. 아내에게서 나는 이 냄새를 사랑한다. 지금 이 냄새는 오직 나만 맡을 수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 시간이 나에게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은행에서 일하는 동안 사람들에게 늘 시달린다. 고객이라 불리는 인간들에게, 상사들에게 하루도 편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그들은 나를 마치 잡아먹을 듯이 몰아세우고 몰아붙였다.
그렇게 시달리다 퇴근 후에 이렇게 예쁜 아내를 안고, 예쁜 아내와 밥을 먹고, 예쁜 아내와 목욕을 같이 한다. 그리고 아내가 귀를 파준다. 아내가 귀이개로 나의 왼쪽 귀를 파는데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당신, 귀에서 물이 나와요. 진물인가? 아내는 손가락으로 귀에서 나오는 진물을 만져 보더니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기름이에요. 당신의 에너지원. 나는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다.
“형님, 형님, 얌전히 조세요. 졸다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운전하다가 골로 가는 수가 있어요.”
나는 녀석이 모는 차 조수석에 앉아 있다가 조는 바람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귀에서 피 대신 기름을 흘렸다. 내가 로봇이란 말인가. 꿈속이지만 끔찍했다. 나는 꿈속에서 웨스트 월드 속 호스트가 되어 있던 것이다. 퍼시버가 아닌 리시버인 것이다. 당하는 쪽, 유린당하는 쪽에 내가 있었다. 어째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생전 처음 꾸는 꿈이었다.
잠깐 잠든 사이에 마치 몇 달이 지나간 것 같은 꿈이었다. 내가 정말 로봇인가 하는 의심이 잠깐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일을 마치고 오면 아내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 귀를 파는 아내의 사타구니 냄새를 맡았다. 냄새까지 미미하게 나는 것 같았다. 꿈에서는 냄새를 맡지 못할뿐더러 현실에까지 냄새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아내의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아내의 행방이 너무나 궁금했다. 지금 내가 이러고 미적거리는 게 옳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폰을 열어서 메시지 창을 보았다. 아내는 아직 읽지 않고 있었다.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내가 나와 연락을 하고 싶지 않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거나. 후자인 경우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렸거나 그냥 버렸거나.
나는 차가 달리는 가운데 창문을 열고 휴대전화를 버렸다. 땅바닥에 떨어져 와그작 깨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형님, 폰은 왜?” 형민이가 물었다.
“지난번에 스타트벅스에서 정신을 잃고 어딘가 끌려갔을 때 40분 동안 나는 정신을 잃고 있었지. 그때 휴대전화는 멀쩡했어. 분명 휴대전화에 뭔가를 헌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멀쩡하게 내 주머니에 들어 있을 리가 없어. 처제는 너와 연락이 가능하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만약,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무슨 일로 전부 뿔뿔이 흩어진다면 거기로 와, 귀신이 의 집 말이야. 거기서 네가 분명 알 수 없는 빛을 봤다고 했지? 그렇다면 거기도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해.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거기에 있어.”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하지요. 어서 집으로 가요.”
우리는 빌라 앞으로 왔다. 형민이가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내가 막았다. 역시 분위기가 이상했다. 빌라 근처에 순찰을 돌던 경찰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 있었다. 거기에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고양이들을 향해 약을 뿌리고 있었다. 고양이들 중에 약이 싫어서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을 공격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그 고양이들은 더 비참하게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에 의해 죽어갔다. 그런 광경이 마치 영화 속의 장면처럼 멀게 만 느껴졌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고양이들을 처참하게 죽이다니.
정부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늘어나는 고양이 떼를 없애기 위해 강력한 약을 개발했다. 사람에게는 무해하다고 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마을에 있다가 고양이에게 뿌리는 약을 들이마시고 사람이 그대로 쓰러지는 경우가 생겨났다. 사람들은 어째서 정부가 이런 약을 만들어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마구 약을 살포해서 사람까지 쓰러지게 만든 다며 시위가 이어졌다.
관리청장과 구청장, 시장까지 나와서 인체에는 해가 되지 않는다며 발표를 하고 사람들을 달래려 했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쓰러져 정신을 아직 차리지 못하는 사람의 가족이 나와서 그렇다면 구청장 당신도 약을 마셔봐라,라고 했고 시위하는 사람들은 그 말에 크게 호응을 하며 시위는 확장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