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3.
“뭔가 이상해. 경찰들의 순찰이 현저히 줄어들었어.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야. 차를 빌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 형민에게 그렇게 말했다. 녀석은 알겠다며 빌라 주차장에서 좀 떨어진 도로가에 주차를 했다. 나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처제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형민이가 처제에게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뭔가 일이 난 것이다.
우리는 본질을 보지 못한다.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상에 가깝다. 본질을 본다는 건 그저 눈으로 보는 것 이외의 심안까지 시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그것이 비정상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비정상적이라도 본질을 봐야 한다. 그저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믿고 행동했다가는 비이성적인 일을 어떤 식으로 당할지 모른다.
형민에게 처제에게 연락을 한 번 더 해보라고 했다. 나는 빌라 근처를 살폈다. 그 많던 고양이들도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화염과 약으로 인해 죽은 고양이들을 치우는 방역복 사람들의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형님,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아요. 메시지를 넣을 게요.”
나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 그게 뭔지 몰라서 문제였지만. 우리는 조심스럽게, 아무렇지 않은 척 빌라로 들어갔다. 집으로 오니 처제와 여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처제가 저항한 흔적도 없었다. 마치 두 사람만 그대로 사라진 것 같았다. 욕실에서 여자를 묶었던 허리띠와 입에 물렸던 재갈이 보였다. 누군가 와서 처제와 여자를 데리고 간 것일까. 우리는 현관 앞에 붙어 있는 카메라를 돌려봤다. 누구도 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 들어왔다면 처제가 저항을 하거나 처제가 방어한 흔적이 있을 텐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녀석도 거실에서 처제의 행방을 알 수 있는 흔적을 찾는 동안 나는 숨겨 두었던 상자가 있는 곳으로 왔다. 상자는 방의 천장에 비밀스럽게 열리는 공간 안에 두었다. 일종의 금고 내지는 비밀 공간 같은 곳이다. 이곳에 있는 누구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아내는 알고 있지만 나머지는 모른다. 물론 집을 전부 허물고 어떤 식으로든 찾아내려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멀쩡한 빌라를 허문다는 건 사람들의 반발을 살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의 반발을 살 행동을 시나 정부에서는 하지 못할 것이다.
시위가 늘어가고 강력해지고 있었다. 상자는 그곳에 잘 있었고 이데아 역시 그대로 있었다. 이 빌라는 꽤 잘 지어진 집이다. 특수제작한 문으로 만들어서 총 같은 것으로는 열리지도 않는다. 처제가 문을 열어 줬다는 말밖에는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지만 카메라에는 그 누구도 들어오고 나간 흔적이 없었다. 카메라가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처제와 여자는 집 안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집 안에서 어떻게 그대로 사라질 수 있을까.
형민이가 거실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고생해서 들고 온 진정제가 소용없게 생겼다. 녀석은 처제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믿지 못하고 있다가 이내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찾아내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 부분은 나와 다르게 마음에 들었다. 진정제는 녀석의 피부를 잠재우는 데 사용을 해야 할 뿐이다. 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구입한 마라탕 면은 차 안에 있었다. 무려 스무 개나 샀다. 처제가 없으면 마라탕면도 사실 필요가 없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라면도 지금은 먹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제 찾아야 하는 사람은 아내와 처제, 두 사람으로 늘었다. 나와 녀석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앞이 깜깜했다. 우리는 소파에 앉았다. 소파는 마치 푹 꺼질 것처럼 가라앉았다. 녀석과 나는 일단 퍼즐을 한 번 맞추려고 했다. 어떤 것들은 흐르지만 드러나는 것이 있었다. 222에 관한 숫자도,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도, 고양이 떼도, 무엇보다 나에게 다가온 이데아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