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6.
“형님, 물을 끓이면 괜찮지 않을까요?”라며 물을 끓였다. 그러나 물이 끓어오르는 순간 그 냄새는 더 고약하게 확장되었다. 절대 끓여서는 안 될 무언가를 끓인 것만 같은 냄새가 났다. 빨리 불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컵라면을 생라면으로 부셔 먹었다. 스프를 뿌려서 그대로 우걱우걱 씹었다. 냉장고에는 마실 물이 조금 있었다. 그것으로 식사를 대충 했다.
형민과 나는 은행에 들어갈 방법을 알아내려고 이야기를 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역시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의 한계였다. 평범하기만 한 두 남자의 머리에서 특별한 방법이라는 게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하나의 머리보다 두 명의 머리를 맞대는 게 나을 것 같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내가 사라지고 난 후에 몸에서 가시가 나오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제 그만해도 되어서 가시가 안 나오는 것인지 아내가 사라져서 안 나오는 것인지 알 길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가시가 아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등에서, 귀에서, 목에서 박혔던 가시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데아의 소리도, 빛도, 들리지도 흘러나오지도 않고 있다.
그래, 분명 아내가 이것과 연관이 있다. 나는 그렇게 확신이 들었다. 방법은 아직 없지만 확신을 하지는 것만으로도 방법에 한 번 다가서는 기분이었다.
나는 태어났을 때 4초간 죽었었다고 했다. 애가 숨을 멈추었다. 의사들은 나의 몸에 이것저것 연결해서 갖은 노력을 했다. 그 덕분인지 나는 4초 후에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4초간 산소가 공급이 되지 않아서 나에게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몰랐다. 그래서 인큐베이터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4초 동안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죽지 않는 이상 죽음을 알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산소가 4초 동안 공급이 안 된 아기 치고는 큰 이상은 없었다. 부모님은 의사에게 인사를 했다.
의사는 부모님에게 앞으로 어떤 이벤트가 일어날지 모르니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와야 합니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의 품속에서 그렇게 나는 자랐다. 부모님의 사랑 덕분인지 나는 5살까지 아무런 이상 없이 잘 자랐다. 그러나 5살의 어느 날 느닷없이 한 번 쓰러졌다. 어떤 전조도 없고 예고도 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마치 스위치를 내리듯이 나는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어머니는 놀라서 나를 업고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나는 깨어났다. 4초는 아니지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죽어 있었다.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상 반응이나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는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늘 병원 가까이에 상주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가끔씩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 산발적이며 3초에서 8초 정도 쓰러져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났다. 문제는 그동안 숨을 쉬지 않았다는 것이다. 쓰러졌을 때 의학적으로 나는 시체 상태에 가까웠다. 세상의 불가사의한 일이 나에게 일어났던 것이다. 학교를 다니고부터는 이 증상 때문에 나는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았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는 병신이라며 라커에 갇혀 오후 내내 있기도 했다. 만약, 꺼내달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안에서 소리를 내면 너네 엄마 가게에 가서 깽판 칠 거야, 알아서 해. 같은 소리가 라커 밖에서 들렸다.
나는 사실 라커 안이 좋았다. 그 안에서는 정신을 잃어도 비교적 라커에 기대어 쓰러질 수 있기에 덜 다칠 수 있다. 그동안 운 좋게도 풀밭이나, 매트리스 위, 또는 어머니의 품으로 쓰러졌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걸어가다 쓰러진다면 머리가 땅바닥에 그대로 박혀 어떻게 될지 생각만으로도 무서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