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48.
“형님, 뉴스를 보세요.”
뉴스에는 철새 도래지가 있는 곳에 매년 찾아오는 황새 떼가 오지 않고 검은 독수리 떼가 온 것을 보여주었다. 검은 독수리는 티브이를 통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 크기가 굉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검은 독수리가 떼로 있었다. 수백 마리 정도 되었다. 독수리는 사냥을 하긴 하지만 섞은 고기를 주로 먹는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도래지에 살고 있는 새들과 동물들을 모조리 잡아먹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척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검은 독수리들은 살아있는 동물들을 사냥하면서 기묘한 빛을 뿜어냈다.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그런 종류의 빛이었다.
“형님, 저 빛! 저 빛이 귀신의 집에서 흘러나왔던 그 빛과 같은 거 같아요.”
세상에는 악마뿐이다. 천사? 신? 그런 건 없다. 오직 악마만 세상에 있어서 인간의 몸을 빌미로 삼고 악마는 끝없이 재탄생한다. 인간의 몸을 빌리면 겉으로 봐서는 누가 악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악마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악마를 이길 수 있는 건 더 한 악마가 되는 것뿐이다.
꿈속에서 또 다른 내가 나에게 한 말이다. 눈을 뜨니 녀석은 머리를 긁으며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나 역시 소파에 앉은 채 잠을 자고 있었다. 악마라는 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존재를 말하는 것일까. 그 악마가 지금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악마를 이길 수 있는 더 한 악마가 되는 길은 내가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더 한 악마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거짓말을 하는 인간은 악마에 가까울까. 그렇다면 진실만을 말하는 천사는 과연 옳은 것일까. 천사라고 해서 진실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천사는 이 진실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인간을 위해서 하얀 거짓말을 할 것이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순간부터 스토리라는 걸 말할 수 있다. 거짓말을 하게 되는 건 대략 5세에서 6세 정도.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먼저 거짓말을 한다. 지어내서 하는 말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지만 거짓말을 자주 하면 거짓말에 자신도 속아 넘어간다. 5세의 거짓말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적하지 않는다면 5세는 15세가 되어도 거짓말에 먹혀 계속 거짓말을 할 뿐이다. 점점 심해지면 거짓말이 아가리를 벌리고 자신을 먹어 버리게 된다. 나는 형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나의 몸에서 나온 가시도, 그리고 빛도, 나온 가시가 이데아라는 사실도 말하지 않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거짓말이기보다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행에 다시 들어가야 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지난번에 그 경찰제복을 입고 들어갈 수 있으려나 하고 형민이가 말했지만 동료의 말로는 은행은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앞전에 은행에 들어갔을 때 다른 곳과 달리 경찰제복을 입은 사람들이나 방역복의 사람들 역시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냄새 때문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일단 은행으로 출발했다. 어떻게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을에서 은행이 있는 다운타운 가로 나서는데 사람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어째서 뉴스에 보도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형님, 차가 못 빠져나갈 것 같은데요.”
그랬다, 차가 전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도로로 몰려나와 있었다. 그래봐야 대 도시의 시위에는 전혀 못 미쳤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시청에서 나와 시위를 막아보려고 공무원들이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시위하는 사람들은 극에 달했다. 마을 뒤의 거대한 저수지는 마을의 식수로 사용하는데 수질 정화처리를 왜 아직까지 하지 않아서 수돗물에서 이렇게 냄새가 나는 것이냐며 누군가 큰 소리를 했다. “정부는”하고 선창을 하면 사람들은 단체로 후창을 했다.
“수질을 오염시켜 어쩌면 마을 사람들을 전부 다 죽이려고 하는 짓이다”라고 옆에서 누군가 그런 소리를 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소리는 더욱 커졌고 과격해졌다. 우리는 차를 주차하고 걸어가기로 했다. 시위하는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같이 동참해 주기를 바랐다. 우리는 가야 할 곳이 있다고 했지만 뒤에서도 시위하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시위자들 중간에 끼여 도로를 걷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