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49

소설

by 교관


49.


그때였다. 파바바방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시위하는 사람들 머리 위로 최루탄이 터졌다. 예고도 경고도 없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머리 위로 최루탄이 터졌다. 사람들은 고함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화악 흩어졌다. 넘어지는 사람도 있고, 넘어져 밟히는 사람도 있었다. 최루탄 가스는 눈을 따갑게 만들었고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하며 거리에서 흩어졌지만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서 난장판이 되었다.


우리는 비교적 뒤에 따라붙었기 때문에 빨리 도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금은방이 있는 곳까지 나와서 보니 최루탄이 터지고 하얀 연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라 시야확보가 어려웠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았다. 금은방 앞에서 기침을 하고 있으니 그 안으로 들어오라고 주인이 말했다. 우리는 얼른 금은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 창으로 보고 있으니 금은방 주인이 물을 가져다주었다.


물?


형민은 물을 마셨다. 벌컥벌컥 맛있게 마셨다. 좀 덜 하기는 했지만 물에서 냄새가 났다. 나는 마시지 않았다. 밖은 아수라장이었다.


“정수기로 물을 몇 번이나 걸렀어요”라고 금은방 주인이 말했다. 그래서 냄새가 덜 한 것이었구나. 형민은 한 컵 더 얻어 마실 수 있냐고 물었고 금은방 주인은 흔쾌히 물을 한 잔 더 두었다.


“감사합니다.”


형민은 인사를 했고 주인은 괜찮으니 더 마시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다. 친절한 사람이었다. 창밖의 연기 속을 보는데 방독면을 쓴 경찰제복의 사람들도 보였다. 진압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저 안에 있었다면 진압을 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들고 있는 이상한 봉으로 쓰러진 사람들의 얼굴에 갖다 대니 기묘한 빛을 내고서는 연기 속에서 모습이 느닷없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나는 연기 속을 좀 더 자세하게 봤다. 연기는 이상하지만 이동을 하지 않았다. 머물러 있었다. 이럴 수가. 최루탄이 터지고 가스가 분출되고 나서 연기가 퍼졌지만 흩어지지는 않았다. 바람에 날린다거나 사람들이 이동을 할 때 같이 딸려 가지 않았다. 부옇게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몹시 이상한 연기였다.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 마치 어떤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안갯속에 또 다른 안개가 겹겹이 껴 버린 것 같았다. 아주 진하고 꾸덕한 안개가 계속 쌓여서 무겁고 무섭게 변한 연기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그리하여 그 연기를 마시면 숨을 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연기 속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숨을 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며 목을 잡고 쓰러져 있었다. 할 수 없이 나는 나가려고 했는데 형민이가 나를 붙잡았다. 형민의 얼굴이 조금, 뭐랄까 아주 불편해 보였다. 쓰러진 사람들 사이로 방독면을 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다가가서 봉을 사람들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기묘한 빛이 일순간에 빛나더니 쓰러져 있던 사람들이 연기 속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저 지나치다 보면 연기 속에서 어딘가로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를 것이다. 진압을 하는 과정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이니까. 하지만 지금 저 모습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사라졌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연기가 워낙 잔뜩 껴 있어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형민에게 저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한 번 가보자고 했다. 그런데 녀석이 아무런 말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형민이 녀석이 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쓰러져있었다. 그 옆에 금은방 주인이 표정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형민이 입에서 거품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젠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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