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0.
“이게 무슨 짓이야!”
“지금 세상은 변해야 해. 너희들도 동참을 해야지. 지금 세상을 봐봐. 전부 곪아 있어. 우리 모두는 곪아버린 그 상처의 일부야. 우리 뱃교에서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어. 그걸 너희들도 알게 될 거야. 우리가 세상을 치유할 거라고!”
나는 형민을 일으켜 세우다가 금은방 주인과 몸싸움을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나이가 70에 가까워 보이는데도 힘이 굉장했다. 마치 몸에 무슨 짓을 한 것만 같았다. 나는 주인의 힘에 대항할 수가 없었다.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서 옆에 금박이 된 큰 두꺼비를 들고 내리쳤지만 주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주인이 나를 밀치면 나는 벽으로 날아가다시피 부딪히고 말았다.
힘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격투기를 배웠다거나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학생 때까지는 가끔씩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금은방 주인과 몸싸움을 하면 나는 튕겨서 벽으로 날아가 부딪혔다. 아마 어깨나 허리 같은 부분의 통증으로 보아 내일쯤 멍이 심하게 들었을 것이다. 나에게 내일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다.
형민을 살려야 한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저러다가 숨이 끊어질지도 모른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차, 하는 순간에 금은방 주인에게 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주인은 팔로 나의 목을 졸랐다. 아아, 몸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 나는 발버둥을 쳤다. 이대로는 숨이 멈춰버릴지도 모른다. 금은방 주인의 힘은 마치 기계 같았다. 여지를 두지 않고 하고자 하는 바대로 움직이는 기계 말이다. 숨 쉬기가 어렵다. 이대로는 아내를 찾는 건 포기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내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아내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것뿐이다. 아내가 코로나에 걸려 생사를 오고 갔을 때가 있었다. 보통 어른이 되면 아파서 울지는 않는다. 기쁘거나 슬퍼서 눈물을 흘리지 아프다고 해서 울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에 고통이 너무나 심각했다. 고열로 인해 잇몸이 다 녹아내렸고 앞이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아팠다. 아내는 병원에서 홀로 바이러스와 싸워야 했다. 아내는 너무 아파서 울고 말았다. 바이러스는 아내의 속속들이 공격을 하였다. 그러던 중 어떤 부분의 단백질을 공격하다가 단백질의 방어가 종양의 형태로 나타났다. 종양은 아내의 뇌에 침투했다.
아내는 나에게 “당신만 있어주면 돼, 그걸 명심해”라고 하며 수술에 들어갔다. 아내는 수술을 받고 코로나가 물러가고 입원기간 동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 아내의 몰골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내는 코로나가 물러갔지만 여파가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헛소리를 하기도 했고 지금의 나처럼 맛과 냄새를 맡지 못해 힘들어했다. 물론 힘들어서 나에게 짜증도 많이 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적어도 나에게 그런 믿음이 거짓일리는 없다.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온기가 나에게로, 나의 온기가 그녀에게로 가기를 바랐다.
나는 아내가 그저 보고 싶은 것뿐이다. 그것뿐이라는 말이다. 점점 숨이 멎어간다. 이대로 눈을 감는다면 아내를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사태에서 벗어나서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 어쩌면 잘 된 일이다. 나는 나에게 소홀해진 아내에게 남자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나의 믿음에도 금이 간 것이다.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졌다. 아내가 나를 버리고 다른 남자를 만난 건 아니었다.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딘가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아내의 신호를 못 받을지도 모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