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51

소설

by 교관


51.


처제는 또 어디에 있을까. 아내는 처제를 사랑하고 있다. 처제와 아내는 스타일이 달라서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그건 사랑해서 그런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싸울 일도 없을 테니까. 처제에게 아내가 널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하루라도 빨리 말해줄 걸 그랬다. 그렇다면 후회가 덜 할 텐데. 나에게 아내가 그렇다. 그런 존재가 아내다. 아내에게 나와 처제가 그럴 것이다. 그걸 말해 주고 싶었다.


점점 정신을 잃어간다.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나의 몸에서 빛이 나오는 기운이 들었다. 몸 저 안쪽의 깊은 곳이 조금 따뜻해지더니 점점 그 따뜻함이 올라오더니 밖으로 빛을 뿜었다. 그리고 빛은 점점 더 밝아지더니 나는 정신을 잃었다. 실로 오랜만에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약 4초 정도 후에 정신을 차렸다. 옆에 주인이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곧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금은방 저 안쪽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그곳에서 나와 금은방 주인의 귀에 무엇인가 집어넣었다. 그러자 몸을 부르르 떨더니 주인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곧바로 나에게 산소를 불어넣어 주었다. 살 것 같았다. 나에게 산소통을 맡긴 후 쓰러진 금은방 주인을 지하로 밀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푹신푹신한 이불 같은 걸로 덧대 놓아서 다치지 않고 지하로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


나는 형민이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에서 나온 그 사람은 냉장고를 열어 그 안에서 캔 콜라를 꺼내서 녀석에게 먹였다. 그러자 녀석은 컥컥 거리며 일어나서 오바이트를 했다. 나도 숨이 제대로 돌아와 그 사람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사람은 여자로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여자는 금은방 주인의 딸이라고 했다. 언젠가부터 아버지가 이상했다. 마치 아버지의 몸을 빌린 완전히 다른 사람이 아버지의 모습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장기능이 안 좋아서 화장실에도 자주 가는데 얼마 동안 소변이나 대변도 보지 않았으며 먹지도 않았는데 혈색은 더 좋아졌다. 그러나 가장 믿을 수 없는 건 자신을 딸로 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거나 의견대립이 일어나면 자신을 죽이려 했다. 너무 놀란 딸은 할 수 없이 지하에 숨어 있었다.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도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사람이 되리라고는 알지 못했다. 아버지는 마을에 고양이 떼가 나타나고부터 금은방을 지키지 않고 비워두는 시간이 많았고 어딘가에 갔다 오면 공허하게 변해서 어딘가를 한 시간이나 응시하며 기도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은 아버지가 어디를 가는지 따라가 봤더니 신탁은행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 은행을 거래하지 않지만 그곳에 들어가서 두 시간이 넘어서야 나왔다고 했다.


무엇 때문에 그 은행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나올 때는 2리터 물병을 들고 나왔고 은행 문을 나오자마자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버지는 겉으로는 아주 평온하게 친절하지만 내면에는 아버지가 아닌 다른 의식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해도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없었지만 점점 폭력성이 짙어졌다. 그러다가 딸을 보고도 딸인지 모르고 죽이려고 했다.


“아버지는 마치 조종을 당하는 것 같았어요. 아버지의 나이에 그런 힘을 낼 수가 없거든요. 그렇게 폭력적인 힘을 내고 나면 아마 몸속에 있는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불러 모아야 하니 몸이 견뎌나 질 못할 겁니다. 점점 죽어가는 거죠. 누군가, 어떤 사람들이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고 있어요. 처음에 수돗물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서 물을 마시지 못했어요. 그래서 콜라를 냉장고에 잔뜩 사 넣어 두었죠. 아버지가 마시는 그 물을 저도 조금 마셔봤어요. 냄새는 미미했지만 마실 만했어요. 하지만 저분 같은 증상이 나타났어요. 다행히 미미하게 마셔서 조금 증상이 나타났을 뿐이에요. 목이 타고 울렁거렸죠. 꼭 굉장히 상한 음식을 먹은 것처럼 속이 이상했어요. 순간적으로 콜라를 따서 마셨는데 괜찮아졌어요. 모두가 위험하다는 콜라의 검은 탄산이 이상한 물의 독을 밀어내는 모양이에요.”


나는 그녀에게 혹시 뱃교라는 종교를 들어 봤냐고 물었다. 뱃교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설명했다. 아내가 사라진 일과, 아내의 친구라고 하는 여자가 집으로 들어왔다가 우리에게 한 일이며 그리고 그 여자가 속한 뱃교라는, 박쥐를 믿는 종교단체에 대해서.


“당신 아버지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그 뱃교라는 곳에 귀의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는다면 내가 다녔던 은행이 뱃교의 중심축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 기이한 빛과 가시들은 뱃교와 관련이 있다는 말일까.


그녀는 한참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그 뱃교라는 종교에 흡착된 것을 쉽게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녀는 수긍했다. 아버지가 이상하게 변한 건 사실이니까. 그녀는 또 하나의 사실을 말해 주었다. 저 연기 속에서 방독면을 쓰고 사람들에게 이상한 봉을 들이대는 사람들의 눈이 봉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은행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시위를 여러 번 했어요. 저기에서, 지금까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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