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흐르는 대로 쓰는 소설 52

소설

by 교관


52.


그녀는 한 템포 쉬었다.


“최루탄처럼 보이는 저 연기를 쓴 게 지금 뿐만이 아니에요. 시간은 달랐지만 어제도 최루탄을 막 쏘아댔어요. 매캐한 냄새가 이 도로에는 계속 미미하게 남아 있어요. 그래서 시위를 산발적으로 하는 거예요. 원래는 신고를 하고 접수를 받아서 시위를 하는데 접수가 되지 않았어요. 지난번 안갯속에서도 방독면을 쓴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쓰러진 사람들을 연기 속으로 끌고 갔어요. 아니 사라지게 했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지만요. 그때 쓰러진 누군가가 방독면을 쓴 사람의 방독면을 잡고 넘어졌어요. 방독면이 벗겨지면서 얼굴이 드러났는데 연기 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였어요. 두 눈이 봉합된 얼굴을요.”


“아까 당신 아버지 귀에 뭔가를 집어넣던데 그건 뭐죠?” 나는 물었다.


“은행에서 들고 나온 이상한 물을 마시면 귀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마치 막을 귀에 두른 것처럼요. 들리는 게 없으니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죠. 그러다가 자신의 에너지를 계속 끌어 모으는 거예요. 이상하지만 그렇게 조종을 당하는 거 같아요. 제가 관찰한 바, 그래요. 그때 귀에 벌레를 집어넣으면 벌레가 움직이면서 귀를 막은 막을 찢어 버려서 소리를 듣게 되면서 심각하게 조종당하는 걸 막아주는 거 같아요. 하지만 한 번에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아요.”


나는 입을 벌리고 이 거짓말 같고 경이로운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무슨 박사인가요?”


“아니요, 저는 곤충을 다루는 유튜버예요. 특히 작은 벌레들. 벌레들이 징그럽다고 하는데 인간에게는 좋은 영향을 주는 존재들이죠. 그걸 아버지를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지하로 굴러 내려갔는데 다치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지하 입구부터 계단과 벽면에는 거대한 스펀지와 솜으로 된 매트리스로 되어 있어서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눈이 봉합되어서 앞을 보지 못하는데도 눈이 다 보이는 사람들처럼 움직인다는 건 조종을 당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은행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우리에게 은행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나는 은행에서 일하는 동료의 이야기를 했다.


동료는 은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알지만 동료의 말로는 그 일이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동료 같은 사람들에게는 커미션으로 돈을 쥐어 주면서 평소의 은행 일을 시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은행에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조종을 하는데 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동료는 나에게 누군가 전해주라고 한 물건이 있는데 나는 그걸 받아 와야 한다. 그녀에게 이런 사실을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사라. 나는 사라에게 저 녀석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면 우리는 은행으로 간다고 했다. 말려고 가야 한다.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확고한 생각을 사라에게 전했다.


이 세상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그렇다. 내일이 오기 싫다고 해서 그럴 수 없는 것처럼 어른이 된 이후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을 매일 하고 있다.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으며 살고 싶어서 은행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했다.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는 없으나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정도면 나는 괜찮은 삶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들어가기 싫은 은행에서도 가기 싫은 부서에서 하기 싫은 대출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은행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 이전에는 하기 싫은 일이 생계에 관련된 문제였지만 지금 이후의 하기 싫은 일은 아령이에 관련된 일이다. 하기 싫다, 하고 싶다 이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하기 싫다고 뒤로 돌아서 집으로 갈 수는 없다. 아내와 처제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생계와 생존이 뭐가 다르냐고 하겠지만 이건 정말 당장 죽을 수 있는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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