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4.
밖을 보고 있는데 정말 순식간에 연기가 어딘가로 빨려 가듯이 쓱 사라졌다. 그 과정을 놓치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지만 어디로 빨려 가는지, 어떻게 사라지는지 다 놓치고 말았다. 눈뜨고 코 베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뉴스에는 정부에서 고양이를 잡으려고 만든 약품을 마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고양이를 잡는 약품을 분사할 때에는 거리를 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나와서 질본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고 욕을 했다.
분사한 약품을 마시고 위독하다고 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죽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연기 속에서 사라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뉴스에서는 분사한 약품의 부작용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보이지 않는 것이라 했다. 점점 세상은 거짓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은행으로 가려면 빠르게 걸어도 30분은 걸어야 했다. 우리는 사라에게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저도 같이 가요”라며 따라나섰다. 사라까지 일행이 되면서 3명이 되었다. 나는 무서웠기 때문에 일행이 많을수록 더 좋았다. 우리는 허리를 약간 굽힌 채 거리를 빠르게 걸었다. 그러자 사라가 그렇게 여기저기 감시하는 시선으로 고개를 돌리며 걸으면 순찰대에 적발이 되니 그냥 편안하게 걷는 게 더 낫다고 했다.
이번에는 사라에게 통화를 하게 하자. 그러나 은행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 동료는 오늘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뭐야? 그렇다면 은행에 들어가도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 동료가 출근하지 않았다면 은행에서 일하는 다른 누군가에게 은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은행의 모든 사람들이 어떤 무엇인가에 의해 조종을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원은 한정적이고 은행은 거대한 공룡과도 같으니까. 만약 그들에게 잡혀 조종을 당하는 꼴이 되면 이 모든 게임은 그대로 끝이 나게 된다. 아내도 처제도 영영 찾지 못할 것이다.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순간 너무 겁이 났다. 붙잡혀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영영 아내를 볼 수 없다는 그 사실이 나를 무섭게 만들었다.
“우리 아기를 그냥 가져 버릴까?”
아내가 어느 날 느닷없이 말을 꺼냈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계획이 어긋나 버린다. 은행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진급을 하고 부서이동을 하고 월급이 올라갈 것이다. 무엇보다 이대로는 육아를 분담할 수 없다. 온전히 아령이가 떠안게 된다.
“부서이동을 하고 난 후에 아이를 가지면 아이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을 거야.”
“아이는 환경이 좋은지 어떤지 모르잖아. 우리와 같이 있다면 아이는 그게 좋은 환경일 거야.”
나는 아내가 아이를 싫어하는 줄 알고 있었지만 실은 아내는 아이를 바라고 있었다. 아기를 가지고 싶어 했다. 느닷없이 아내가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 나의 이 기억이 제대로 된 기억일까? 왜 하필 지금 기억이 나는 것일까.
아내와 나는 우리 둘의 아기를 안고 있었다. 아기는 깜빡 정신을 잃곤 했다. 그럴 때마다 몸에서 알 수 없는 빛을 띠고 있었다. 아내는 정신을 잃은 아기를 안고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아기는 4초 정도 지난 후에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4초 동안 죽어 있었다. 우리는 아기를 봤다. 아기는 아기처럼 보이는 이데아의 모습이었다.
기억과 꿈이 겹쳐졌다. 나는 걷다가 이런 생각에 벽을 짚고 숨을 할딱거렸다. 이상하다. 이데아가 내내 걱정이 되었다. 이데아는 나의 모습일까. 이데아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데아는 내가 낳은 것과 다름없다. 나의 몸에서 나온 가시들로 탄생했으니까.
이대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은행에 가는 것이 옳은 일일까. 집으로 다시 가서 이데아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아니다, 동료에게 무엇을 받을 게 있다. 그걸 받아와야 한다. 222라는 그 숫자판. 동료가 나에게 건네주려고 했던 물건이다. 동료가 출근하지 않거나 조종을 당하게 되었다면 그전에 그 물건을 어딘가에 두었을 가망이 크다. 동료에게 그 물건을 전해준 사람은 누구일까. 그게 궁금했다. 나는 녀석과 사라에게 우리가 서 있는 건물 안쪽으로 불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