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5.
“이대로 은행에 가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나는 사라에게 물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목적이 있었다. 나는 아내를 찾는 것이고, 녀석인 아정이를 찾는 것, 그리고 부모님을 찾는 것이다. 사라는 조종당하는 아버지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방향도 방법도 없다.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녀석이 일단은 은행으로 가보자고 했다. 그 숫자판인지 하는 물건은 은행에 어떻든 있을 테고 그걸 찾아오는 걸 우리의 제1 목적으로 한 다음에 그 목적을 이루면 그다음 목표를 정하자고 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가 우리를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녀석이 말했다. 우리의 리더를 뽑아야 한다면 형민이다. 이 녀석이 나보다 더 형처럼 말을 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 형이니 동생이 이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라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어떻든 내일 다시 와야 하는데 지금 가나 내일 오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은행으로 왔다. 은행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저 사람들의 왕래가 좀 줄었다 싶을 정도였다. 요즘은 예전처럼 은행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통장이라든가. 대면 업무들이 많이 줄었다. 대부분 폰으로 해결하고 인터넷으로 하면 된다. 그리고 은행에서도 정직원은 이제 채용하지 않았다.
왕래가 줄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은행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그게 일반 고객이든 일반적이지 않는 고객이든 간에. 나는 은행에 얼굴이 알려져서 들어가면 잡힐 텐데, 뭔가 수가 나와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형민이가 나를 보더니 변장 같은 거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사라도 나를 보더니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왜 그래?”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나의 얼굴이 10년은 늙어 보인다고 했다. 무슨 작용이냐고 사라가 물었다. 나도 알 수가 없다. 나는 빌딩 유리에 비치는 나의 얼굴을 보았다. 예전에, 박힌 가시들을 빼내고 난 후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 같았다. 택시의 백미러에 비친 나의 얼굴. 나의 얼굴이지만 나의 얼굴이 아닌 나의 얼굴.
우리는 대출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대출 팀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원래 나의 책상이 있어야 하지만 나의 데스크는 없어졌다. 그 자리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대출 상담자로 모르는 사람이 나왔다. 이 부서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이 대출 팀으로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 마음에도 없는 대출 상담을 주고받았다. 내가 이 분야에서는 잘 알고 있어서 좀 복잡하고 어려운 대출건에 대해서 상담을 했다.
담당자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더니 전문 상담 가를 부르겠다며 어딘가 전화를 해서 누군가를 불렀다. 부른 사람은 동료였다. 그의 모습은 초췌했다. 동료는 적어도, 며 칠 동안 집에 가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동료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같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서 상담을 받았다. 서류를 보여주며 이것저것 설명을 했다. 나는 카메라 위치를 곁눈질로 확인했다. 벽과 천장 사이에 붙어 있던 여러 대의 카메라의 눈이 전부 우리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동료는 설명을 하면서 나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동료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면서 그 사이에 우리만 알고 있는 이야기를 넌지시 볼펜으로 적어가며 이야기를 했다. 동료는 약간 머뭇하더니 동료도 뭔가를 눈치챘는지 대출상담을 하면서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활자로 질문을 했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여기에 들어오려고 얼굴을 변형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