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6.
동료는 지난번에 나에게 오려고 나오다가 은행 경비원에게 붙잡혀서 은행장에게 불려 갔다고 했다. 그러나 은행장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 방에서 나왔는데 그때 검은 천이 눈을 가렸다고 했다. 한국말을 서로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들어보니 영어도 아니고 프랑스어나 독일어도 아니었다. 아무튼 노르웨이어나 사라진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언어 같은 것도 아니고 난생처음 듣는 언어,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에 들어가야 할 문법적인 것들이 소거된 채 의성어, 의태어만 들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동료는 아무튼 난생처음 들어보는 언어였다. 그러더니 “나에게 뭔가를 갖다 대더니 공항 검색처럼 나의 몸 여기저기를 훑었다”라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은행에서 뭔가 찾는 것이 있나 싶을 때 동료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받은 물건이 생각났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어쩐지 낯익은 소리였다. 여자였지만 아령이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낯이 익은 목소리.
그 여자가 동료에게 어떤 물건을 주며 나에게 전해주라고 했는데 받자마자 화장실 거울 뒤에 숨겨 두었다가 때를 봐서 나를 만나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 거울 알지? 우리만 알고 있는 거울 뒤의 공간. 거기에 넣어 두었지”라고 나에게 알려 주었다. 조용히. 동료는 여성에게 누구인지? 그리고 왜 직접 전해주지 않는 것인지 물었지만 여성은 나를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이며 그래서 부탁을 하러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류 사이에 오만 원 권으로 백만 원을 주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동료는 입 다물고 그렇게 해주기로 했지만 그만 위에 붙잡혀 있다가 지금 풀려났다고 했다. 그동안 집에 못 간 대신 은행에서 아내에게 남편은 일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가니 수당을 바로 아내의 통장에 넣어주었다. 아내는 통장을 확인한 다음 좋다고 했다.
“호호호, 이 정도면 한 달을 붙잡아 두셔도 돼요”라고 아내가 말했다.
“며칠 동안, 이 새끼들이 간 짜장만 줘서 속이 뒤집어질 것만 같아”라고 동료가 배를 문지르며 조용하게 말했다. 지금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몇 명은 보이지 않거나 이상하게 변한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 기준을 알지 못하겠어” 동료 자신도 분명 잡혀갔지만 자신에게는 어떤 짓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알 수 없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앞에 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밥도 주고 똥도 싸게 해 주었고 평소처럼 은행에서 일을 볼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수당, 시간당 붙은 수당부터 하루 잡아두는 수당을 아내의 통장으로 꼬박꼬박 넣어 주었다. 화장실에서 씻을 수 있었다. 단지 샤워를 하지 못하고 속옷을 갈아입지 못한 것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났지만 다른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전하려는 물건이 화장실의 우리만 알고 있는 거울 뒤에 두었으니 꺼내 갈 때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했다.
우리는 순간 놀랐다. 여기까지 오면서 죽을 뻔한 일들을 알려 주었다. 까닥 잘못하면 가족도 보지 못하고 죽을 수 있으니 은행에 그대로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료는 은행은 지금 무서운 일이 일어나려고 한다, 여기에 있는 것도 너무 겁이 난다, 없어진 은행 직원들은 다시 보지 못했다며 동료는 자기도 같이 데려가기를 바랐다.
우리의 대화가 길어지는지 카메라는 우리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다른 고객들도 대출상담을 받고 있지만 카메라는 전부 우리를 보고 있었다. 은행 저 위 어딘가에서 실시간으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대출 이 분야에 전문가이기 때문에 대출에 대해서 꼼꼼하게 동료에게 질문을 했고 동료 역시 상담을 했다. 상담을 하는 와중에도 형민과 사라는 우리의 밀담을 알아듣고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보고 있기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내가 일어날 수는 없었다. 나는 상담을 위해 앉아 있고 사라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없으니 형민이가 가서 화장실의 거울 뒤의 물건을 들고 와야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