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8.
“형님, 한 숨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형님 얼굴이 제대로 돌아온 것 같아요”라고 형민이가 말했다.
“어떻게 한 거예요?” 사라가 물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데아는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눈앞에서 없어졌지만 나는 내 속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방에서 이리저리 이데아를 찾을 때 내 속에서, 나의 마음 저 안쪽에서 신호가 왔다.
사람들의 시위는 여러 곳곳에서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최루탄이 터지고 안개가 생기고 그 속에서 방독면을 쓴 사람들이 나타나 이상한 빛을 내는 봉으로 사람들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한 마을에는 여전히 고양이 떼가 출몰하여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고 그 사이에 사람들 역시 약품에 취해 쓰러졌다. 사람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최고 권력자에게 쓴소리를 하며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시위대의 수가 많았는데 점점 줄어들었다. 게 중에는 가족을 잃고 어딘가에 소리를 지르고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은 고통스러워했다. 몸에 상처가 나서 고통스러운 것보다 마음의 상처가 주는 고통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지난번 귀신의 집이 있던 건물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녀석과 사라에게는 여기서 몸을 피하고 있으라고 했다. 형민과 사라는 당연하게도 나를 따라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이번에는 혼자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나는 형민과 사라에게 일단은 집에서 좀 쉬고 있으라고 했다. 이 빌라는 건축법상 아주 튼튼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안전하다. 일단 귀신의 집이 있던 그 건물에서 본 빛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고 싶으니까 내가 다녀오겠다. 녀석에게는 처제에게 계속 연락을 하고, 사라에게는 다시 은행에 들어가야 할 방법을 모색해 보라고 했다.
귀신의 집은 문을 닫았다. 지난번 실제 같은 고깃덩어리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고 폐쇄조치가 취해졌다. 귀신의 집은 자본을 너무 들여 만들었다. 가상현실로 귀신의 집을 이용하는 건 꽤 괜찮은 방법이었지만 그 안에 피가 난무하는 실제 같은 고깃덩어리가 아이들을 울게 만들었고, 여성들을 놀라게 했고 남자들 중에서는 심장이 약한 사람이 기절을 하고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받던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건물은 폐쇄한 귀신의 집 때문에 더 흉흉하게 보였다.
1층 전체는 옷가게 코너가 들어서 있었고 한 편에 로컬 카페가 있었다. 카페는 주로 투고하는 카페로 앉아서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건물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이용을 하는 카페였다. 건물은 15층이나 되기 때문에 건물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기만 한다면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룰 텐데 귀신의 집 때문에 같이 내려놓는 분위기가 되었다. 1층의 중간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타고 올라가면 2층에는 미용실과 휴대폰 매장과 맘스터치 같은 스낵코너가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도 작동하지 않았다. 원래는 멈춰 있다가 앞에 서면 작동을 하는데 귀신의 집에 폐쇄하고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작동이 멈추었다.
사람들이 있긴 하나 옷가게에서 옷을 구경하는 사람들 몇 명뿐이고 위층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휴대전화는 전화통신망은 살아 있지만 와이파이의 무선 통신망은 되지 않고 있어서 인지 한산했고 비워둔 매장도 보였다. 휴대폰 매장이 불이 꺼지고 비워 있으니 이상했다. 문을 오픈한 곳도 있지만 거의 장사는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내 몸 안의 이데아의 숨결이 느껴졌다. 3층으로 올라오니 분명 그랬다. 녀석이 봤다는 빛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귀신의 집 입구는 뻥 뚫려 있는데 그 앞에 바리케이드가 있었고 활기찬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디지털의 문제는 불이 켜져 있을 때와 불이 꺼졌을 때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느끼기에 그렇겠지만.
나는 주위를 한 번 살피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내 속의 이데아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건물의 벽 너머로 어떤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고, 그러나 그 수가 아주 많은. 그것들이 벽 안에서 이동을 하며 내는 소리가 들렸다. 이데아가 나의 몸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다.
다가가 가각 하는 수천 개의 소리가 집결했다. 이동을 하는 소리다. 움직이고 있다. 좀 더 가까이 소리가 응축되었다. 그 순간 벽의 틈이나 문틈, 틈이란 틈으로 거미 수천 마리가 쏟아져 나왔다. 거미들이 이동하면서 내는 소리였다. 바닥에 닿는 소리가 다가가 가각 났다. 뒤로 도망치려고 했으나 입구 쪽에도 거미 수천 마리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