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지 않았다 10

소설

by 교관


10.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고 있으니 졸음이 슬슬 쏟아졌다. 앉아서 그녀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생각했다. 그녀는 경주를 좋아했다. 그녀는 나이가 들면 경주에서 책방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경주로 왔다.


이 카페는 기묘했다. 왜 그런지 외부의 추위나 어떤 영향에서 단절되어 있었다.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넷킹 콜의 ‘잇츠 온리 어 페이퍼 문’이었다. 나는 이 곡을 알고 있었다. 일큐팔사 1권에 나온다.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 거야] 이런 문장이 나올 때 넷킹 콜의 재즈 곡이 흐른다.


밖의 풍경은 일정한 패턴을 지니는 묘한 구석이 있었다. 녹차라테를 단숨에 바닥이 보일 때까지 마셔버렸다. 나는 돌아서서 회의 중인 노인들에게 소멸한 바람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그때 내가 앉은 바의 끝 구석 바닥에서 무엇이 움직였다.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바 테이블 밑에서 작은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했다. 아주 자연스러웠고 이상하다던가 기분이 나쁘다던가 하지 않았다.


작은 그림자뿐? 그것은 정말 작은 그림자일 뿐이었다. 오직 작은 그림자만 바 테이블 밑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노인들은 회의에 집중하느라 작은 그림자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주인은 카페의 주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주인을 불러 움직이고 있는 작은 그림자를 보며 저것이 무엇일까요? 하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주인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작은 그림자. 그건 분명히 작은 그림자였다. 오직 그림자뿐이었다. 그림자만 움직이고 있었다. 시커멓지도 않고 그렇다고 희뿌옇지도 않았다. 그 중간쯤 어둡기를 발하며 작은 그림자는 작은 카페 안의 바 테이블 밑에서 위로 오르려고 꾸물꾸물거렸다.


그림자란 어떤 물체의 옵서버일 뿐이다. 그렇지만 저 작은 그림자는 주체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작은 움직임으로 테이블 밑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주방에서 큰 소리를 내면 작은 그림자는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한동안 가만히 추이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작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 반감이 든다던가 무섭다던가 하지 않았다. 그림자의 독자적인 움직임에는 일종의 고독이 도사리고 있었다. 작은 그림자는 분주했다. 목적지가 있어 보였다. 작은 그림자는 고독했지만 적극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림자는 주인은 어디에 두고 어째서 혼자일까. 작은 그림자의 입장에서는 주인과 늘 함께 다녀야 하는데 혼자가 되었다. 무서웠을 것이고 겁이 났을지도 모른다. 혼자서 이 넓은 세상에서 고립되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 순간 작은 그림자가 꼭 나를 닮은 것 같았다.


작은 그림자는 어딘가를 향해 가려고 열심히 움직이다가 주방에서 큰 소리가 들리면 작은 그림자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카페 안에는 이제 손님이 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창밖의 풍경과 카페 안의 공간은 몹시도 다르게 보였다. 창밖의 움직이는 모든 것에는 적극적인 면모가 빠져 있었고,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카페 안의 공간은 표정이 살아있었다.


작은 그림자는 마치 카페 안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건 편견일지도 모른다. 편견이란 언제나 무섭다고만 생각했는데 마냥 그렇지 만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내 입에서 웃음이 조그맣게 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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