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지 않았다 9

소설

by 교관


9.


나는 다시 등대를 찾았다. 이제 등대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야 했다. 등대는 바람이 빠져 버린 바닷가에서 쓸쓸하게 빛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빛은 평소보다 어두웠고 멀리까지 뻗지 못했다.


이제 떠나려고 해. 나는 등대에게 말했다.


어디로? 등대가 힘없이 말했다.


그녀를 찾아야지.


그녀는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몰라, 그래서 찾으러 떠나는 거야.


만약 찾지 못한다면?


찾지 못한다면 아마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져 세상이 없어지고 말 거야, 그래서 꼭 찾아야 해.


나의 말에 등대는 한참 말없이 있었다. 등대는 고독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존재다. 등대는 늘 그 자리에 서서 등대를 찾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그들의 고독을 들여다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

속을 알 수 없는 바다.

그 위를 떠다니는 점 같은 배들.

등대는 그 모든 것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를 꼭 찾기를 바랄게. 등대가 나를 내려다보며 짤막하게 인사를 했다.


고마워.


나도 등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그곳을 벗어났다. 나는 카세트 플레이어로 마리에 프레드릭슨이 부르는 ’'스펜딩 마이 타임'을 들으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기사는 손님들이 돈을 내든 말든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고 손님들이 의자에 다 앉았다 싶으면 버스는 출발했다.


마리에 프레드릭슨의 노래가 나왔다. 그녀는 노래를 계속 부르고 싶었다. 평생을 따라다니는 암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오직 노래를 부르기 위해 외롭게 싸웠다. 그녀의 고통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었다. 그 고독을 끌어안고 가족 안에서 행복하게 보냈지만 이면의 그녀는 힘겨운 투사가 되어야 했다.


버스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나는 모른다.

그저 올라탔다.

버스는 도시를 벗어난다는 것만 알았다.


그녀를 억지로 찾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느긋하게 찾아서도 안 된다. 나는 경주로 향했다. 천마총 입구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는 아담했다. 카페 안에는 세 테이블이 고작이었고 통유리에 바 테이블이 붙어 있었다.


세 군데의 테이블에는 노인들이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었다. 노인들은 한 눈에도 90살은 넘어 보였다. 그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서예를 평생 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대화가 그랬다. 카페의 주인이 와서 주문을 받았다.


나는 시원한 녹차라테를 주문했다. 주인은 미소를 짓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바 테이블에 앉아서 통유리로 보이는 거대한 무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뒤로 노인들의 대화가 들렸다. 노인들은 합동 전시회에 관한 이야기 중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은 전시회에 관해서 무척 적극적이었다. 그들은 전시회에 대해서 분명 열을 올리며 대화를 했다.


그들은 바람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주인이 녹차라테를 들고 왔다.


맛있게 드세요. 라며 미소를 보이고 돌아갔다.


미소? 그러고 보니 주문을 받을 때에도 미소를 보였다. 주인도 사라진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 내가 본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표정도 사라졌다. 아이들도, 여자도, 노인도 전부. 그러나 이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사라진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신비한 광경이었다. 아이스 녹차라테는 난생처음 맛보는 맛있는 맛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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