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8.
하늘을 봤다. 바람을 소멸했다. 바람이 소멸함으로 사람들의 적극성마저 사라졌다. 사람들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상사가 시키는 일과 눈앞의 책상 정리, 두 가지가 동시에 겹치면 눈앞에 보이는 일을 먼저 해버렸다.
나는 그녀를 찾기로 했다. 찾아야 했다. 그러라고 나의 마음 저 깊은 곳에서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그녀의 계정과 관련 검색어를 다 뒤졌지만 그녀를 찾는 건 무리였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다.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 날은 몹시 추운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바람이 없어서 그렇게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매일 밤 격렬한 고독에 휩싸였고 떨다가 잠이 들었다. 꿈에서 나는 불안에 겁이 났다. 바람이 소멸했다는 불안보다 바람이 소멸함으로 나의 몸 구석구석 꽃처럼 피어나는 고독 때문에 불안했다. 불안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고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침을 삼키면 꼴깍하며 침이 넘어가는 소리까지 크게 들렸다. 불안이 커지는 이유는 그녀를 찾지 못할까 봐, 그녀에게 바람의 소멸에 대해서 말할 수 없을까 봐, 그녀가 바람과 함께 영영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까 봐, 불안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에는 어두운 방에만 앉아 있었고,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 때에는 그것에만 몰두했다. 잠도 자지 않았다. 식음을 전폐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배겨내지 못했다.
저도 안 그러려고 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요, 제가 너무 이상하죠?
아니, 이상하지 않아.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녀는 얼굴에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독을 짊어진 그녀가 기뻐할수록 나는 불안했다. 우리는 그날 밤 서로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등에는 꽃이 피었다. 등에 핀 꽃을 만지면 그녀는 조용한 소리를 냈다. 그녀의 몸은 점점 말라갔다. 이러다가 뼈만 남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여위어만 갔다.
나는 불행해지는 그녀를 어쩌자고 나의 곁에 두려고만 하는 것일까.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나는 배덕감을 느끼고 싶은 걸까.
그녀의 곁에 내가 있으면 그녀의 고독이 나의 고독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고독이 아니라 어느 누군가의 고독이었다. 그녀의 고독은 나날이 깊어지고 검게 변했다. 그녀를 찾아서 만나야 한다. 그녀에게 바람이 소멸한 소식을 전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바람이 소멸하고 날카롭게 변한 건 길고양이들이었다. 그들은 바람의 소거가 불러온 변화 때문인지 털을 세우고 언제나 경계태세였다. 자칫 부딪히기라도 할라치면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꺼내 들었다. 사람들은 적극성이 마모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사람들은 뛰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들마저 천천히 걸었다. 사람들에게서 조금씩 마음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애써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