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7.
나는 취미로 많은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 사진은 운 좋게도 그날 그렇게 셔터를 눌러서 담게 되었다. 나는 그 사진을 리터칭 하여 전시를 하기도 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4-6 사이즈로 출력을 몇 장해서 책갈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 사진을 보고 말을 걸었다.
네, 제가 찍은 겁니다.
당신도 혹시 고독해요?
그녀가 나를 보며 대뜸 그렇게 질문을 했다. 나는 사실 그때까지 나의 고독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신이 담은 이 사진, 굉장히 고독해 보여요.
역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한 번 더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다른 사진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녀는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놓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한참을 봤다. 사실 그녀만큼 나의 사진을 유심히 본 사람은 없었다. 나 역시 내가 찍은 사진을 그녀만큼 쳐다본 적이 없었다.
사진 속에는 바람이 불지 않아요. 사진은 바람은 소멸시켜요. 그래서 사진은 정적이에요. 고독하고요. 그런데 당신이 찍은 사진은 동적인데 바람이 없어요. 인간 내면의 적극성 같은 것이 빠져나가 버린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 그녀가 사라진 바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그녀는 사진들을 보다가 한 사진을 나에게 건넸다.
이 사진도 굉장히 고독해요.
그 사진은 여름에 연잎을 찍은 사진이었다. 연잎 위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 사진이었는데 그녀가 말해주기 전까지 생동감이 넘치는 사진으로만 알았는데 다시 보니 그 사진은 몹시 고독해 보였다. 연잎은 한 장이 달랑 외롭게 연못 위에서 물방울이 맺혀 오히려 태양빛을 과하게 받고 있었다.
연잎은 표현을 하지 못할 뿐이지 사진 속 연잎은 한 없이, 한 없이 고독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고독의 꽃이 피었다. 꽃처럼 피어난 고독의 그림자를 나는 봤다. 나는 그날 밤, 그녀의 고독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녀도 그걸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그녀는 나와 만나는 동안 고독이 깊고 더 심해졌다. 그녀는 고독 때문에 늘 불안해했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고 몇 시간씩 방에서 울었다. 최초 그녀가 나를 떠나겠다고 했을 때 나는 적극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제발 떠나지 마.
나는 초주검이 된 상태로 그녀를 붙잡았다. 나의 곁에 머물렀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가 조금만 마음이 강했다면, 그때 뿌리치고 떠났다면, 내가 붙잡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한 없는 고독의 세계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고독에 전혀 다가갈 수 없었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할 수밖에 없다. 한 침대에 들어도 결국 잠은 혼자서 자는 외로운 존재다. 하지만 이런 말은 그녀의 근원적인 고독에 다가갈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세상의 이치 따위로 그녀의 고독을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녀가 떠나간 날 나는 오히려 홀가분했다. 다음 날 나는 조금 고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녀가 빠져나간 텅 빈 공간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