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6.
구름의 이동이 없고 대기의 기운이 좀 달라진 것 같았다. 그건 미묘한 차이로 냄새가 있었다. 바람이 없기 때문에 냄새가 이동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자동차나 자전거가 움직이면 냄새가 따라서 이동을 했다. 냄새는 전반적으로 조금 악취를 띄었다. 3일 전부터 어디를 가나 옅거나 엷게 악취가 났다. 악취는 미미하나마 조금씩 확장되고 깊어지는 것 같았다.
어제는 집으로 들어오다 보니 옆집에서 문을 열어 놓고 있었다.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옆집을 지나칠 때 악취가 조금은 심하게 났다. 옆집 사람은 악취를 먹고 악취를 풍기며 지내고 있었다. 집에서 풍기는 악취를 없애려는 적극성은 보이지 않고 그대로 문을 열어 두고 지냈다.
세상에 미미하게 퍼진 악취를 맡으니 극도의 그리움에 휩싸였다. 근원은 고독에서 발현하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습관적인 고독에 물 들었다면 지금은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강력한 그리움의 고독으로 몸을 다 채웠다. 나는 고독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실은 더 깊고 깊은 고독을 갈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는 생선구이식당을 하고 있다. 장사는 어때? 친구는 그럭저럭 라며 오라고 했다. 친구의 가게에는 손님이 몇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전부 날 생선을 뜯고 있었다. 이렇게 먹는 게 훨씬 좋아, 나쁘지 않아. 가스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으니 몸에는 더 좋아. 라며 나에게도 날 생선을 내왔다. 사람들은 날 생선을 말없이 먹고 악취를 더 풍겼다. 냄새는 그리움으로 나의 머리를 망치질했다.
고독이란 강하면 강할수록, 그리하여 고립이 깊어질수록 영혼과 육체는 점점 가까워진다. 경계선이 사라지고 영혼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순간 고독의 고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동안 나는 목욕탕의 습도처럼 적당한 고독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바람이 소멸하면서 고독으로 인한 그리움의 공동을 확장시켰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땅바닥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걸어 다녔다. 운전자들은 앞만 보며 운전을 했다. 사람들은 스스로 고립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나의 극심한 고독은 그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그녀는 나와 만나는 동안 고독했다. 나는 그녀의 고독을 위로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나를 만날수록 고독의 웅덩이가 점점 더 커져갔다. 나로 인해 그 웅덩이가 채워지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큰 불행이었다. 그녀는 고독에서 벗어나면 절망적인 고독에 빠져드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에 떨었다. 그 불안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다.
콘돔 없이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그녀는 잠자리에서 자주 그렇게 말을 했다. 나는 상관이 없었지만 그녀는 내가 콘돔을 빼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말에 딱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게 잘못한 것일까. 단지 그녀가 그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그녀의 몸에 나의 몸을 밀착시켰다.
나는 지금에서야 확신이 섰다. 그녀에게 바람이 소멸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그녀는 분명 세상에서 바람이 소거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떠나가고 난 뒤 나는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을 지웠다. 그녀의 정보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녀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느 날 문득 나에게 다가왔었다. 이 사진 당신이 찍은 거예요? 그 사진은 나의 책 사이에 꽂아 두었는데 책을 펼치면서 사진이 떨어졌다. 그녀는 그 사진을 주워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 사진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두 명의 아이들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곳은 바닷가였다. 그러나 지금 그 바닷가가 어디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