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
바람이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사람들은 하루하루 조금씩 표정이라는 게 무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면모가 사라졌다. 음식점에서 복잡한 음식은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았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고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은 식당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형마트 안의 식당에서는 컵라면만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적극적인 면모가 빠져나간 사람들은 어떤 불만도 없었다.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앉아서 컵라면을 먹으며 말도 하지 않았고 웃지도 않았다. 후루룩 컵라면만 빨리 먹고 빨리 일어나서 장을 본 가방을 들고나갔다.
바람이 소멸한 지 세 달이 지났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자동차들이 도로를 다녔고 사람들은 거리를 도보했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차문을 열지 않았다. 차문을 열고 달리면 바람을 느낄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부는 바람은 애써 외면했다. 그때 부는 바람이 눈에 들어갔을 때 몇 명은 화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별 볼일 없는 회사를 관두었다. 바람이 소멸한 세상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필름을 구입해서 카메라에 넣어서 잘 돌린 다음 눈에 들어오는 쓸쓸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람이 소거된 세상은 뼈아플 만큼 메말랐지만 사상은 깃들어 있었다.
나는 홀로 암실에 처박혀 사진을 인화하는데 하루 종일 보냈다. 나는 습관적인 고독에 물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불편한 것은 없었다. 혼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사진 작업을 했고 산책을 했다.
바람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퇴적작용, 기류의 무 변화, 비와 자연적인 문제가 크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까지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어차피 이 세상을 온전하게 살아가는 건 미친 짓이다.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이 이미 아니게 되었다.
미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에 바람이 불지 않는다 한들, 바람이 불지 않아서 지구의 균형이 틀어진다고 한들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나는 가시적으로 변화가 없는 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람이 소멸한 지 네 달이 되어 갑니다!라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었다. 나에게서도 적극적인 면모가 마모되면서 시시때때로 고독에 빠져들었다. 나는 이 말을 누군가에게 하고 나면 나는 어쩌면 이 세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어딘가에 갇혀서 고립 속에서 고통스럽게 보낼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알 수 있었다.
바람이 사라지고 난 후 나는 고독보다 더 깊은 그리움에 빠졌다는 것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