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지막]
그때 작은 그림자가 내가 앉아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작은 그림자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작은 그림자가 지니는 고독의 깊이를. 그건 그녀에게서 느꼈던 깊이의 고독이었다. 작은 그림자는 주인과 함께 있을 때에도 고독에 몹시 익숙했던 것이다. 그 고독에 몸부림치다 주인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작은 그림자는 알고 있었다. 고독하다 하여 이런 세상에 혼자 사는 건 의미를 둘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고 원래로 돌아간다고 해서 지금의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작은 그림자는 알고 있었다. 작은 그람자에서 나는 그녀를 투영했다.
작은 그람자는 나에게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려 주었다. 아니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작은 그림자는 나를 한참 빤히 보더니 다른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나는 카페 주인에게 에스프레소를 한 잔 더 주문했다. 주인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주인에게 바람의 소멸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어째서 카페 주인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을까.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주인이 내 온 에스프레소 역시 정말 맛있었다.
나는 다시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바닷가로 갔다. 추운 계절의 바다에는 바람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람이 소거된 바닷가는 등대가 있는 바다와는 약간 달랐다. 등대가 있는 바다는 채도가 많이 빠진 모습이라면 이곳의 바다는 색채가 한 겹 더 입혀진 것처럼 보였다. 바람이 소멸해서 그렇게 보였다. 바람은 소멸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가져갔다. 마음이 없어진 사람들은 적극성이 소멸한 채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일상을 시작하고 마무리를 했다.
바다를 따라 바닷가를 걸었다. 숨이 찼다. 바람이 없어서 숨이 더 차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그리움이 몸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좀 빠르게 걸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빨리 걸어야 하지? 하는 생각에 부딪히게 되었다. 나는 목적지를 이제 알고 있다. 목적지를 알고 나니 걸음을 조금 빨리 걸을 수 있었다. 아마 도시에 계속 있었다면 나도 사람들처럼 적극적인 면모가 완전히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 작은 그림자는 나에게 말했다.
그녀가 있는 곳은 나의 마음의 한 곳이라고.
그곳이 아디지? 나는 작은 그림자에게 물었다.
그건 나도 몰라. 그 장소를 아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야.
작은 그림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 테이블에 펼쳐있는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나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기다린다고 장담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를 찾아가서 바람의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고 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나는 두 시간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별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었던 그 바닷가였다. 사진과 달라진 건 아이들이 없다는 것뿐이다. 눈으로 보이는 바다는 여전히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다. 나는 그곳으로 갔다. 백사장 벤치에 등을 보이며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와 몇 미터 떨어진 곳까지 걸어갔다. 나는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