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그런 사람들이 있다
누가 들어도 이건 거짓말이라는 걸 아는데 지속적으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독 그러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고위관료들이다. 이들을 싸잡아 정치인이라고 하자. 그래서 정치인은 다 들킬 뻔 한 거짓말을 어째서 지치지 않고 할까. 갓 걷기 시작한 호기심 분출하는 아기처럼 절대 지치지 않는다. 정치인은 단상 앞에서 누가 들어도 뻔 한 거짓말을 한다. 설령 후에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숙이더라도 대상이 다른 경우가 많다)여 사과를 할지라도 거짓말을 한다. 마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연말이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뒤집어엎는다는 기사를 매년 본다. 도대체 왜 세금 낭비해 가면서 도로를 파헤쳐 엎어 버리냐고 사람들은 욕을 한다. 시, 군, 구. 각 구에서 보도블록을 뒤집어엎으면 지방 뉴스에 나게 되고 다른 구에 사는 사람들은 욕을 한다.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은 인터넷으로는 댓글을 단다. 그런데 같은 구라고 해도 구가 생각보다 크다. 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구를 다 돌아보지 못하고 나이 들어 죽는 경우도 있을 만큼 자신이 살고 있는 구가 크다.
그러니까 십 년은 금방 지나가지만 한 시간은 너무나 더디게 흐른다고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좁은 땅덩어리라고 생각하지만 살고 있는 시, 군, 구는 너무나 크다. 따라서 한 블록만 떨어져도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뉴스에서 연말에 자신이 살고 있는 구의 도로를 뒤집어 보도블록을 다시 깐다는 기사를 접하면 구청장이 그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군, 같은 생각을 한다.
구청장은 다른 구, 다른 도시의 시민들이 자신을 욕을 하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욕을 많이 해서 뉴스를 타면 자신의 구에 살고 있는 구민들에게 자신의 업적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이런 행적, 이런 업적이 쌓이고 쌓여 다음 재선의 발판으로, 더 나아가서는 중앙 정치 무대로 옮겨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그렇다면 정치인이 씨도 안 먹히는 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누가 들어도 이게 뭐야?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 국민들을 열받게 만들고 화나게 하는 정치인은 들은 왜 그러는지 감이 온다.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은 국민들의 분노 따위는 썩 신경 쓰지 않는다. 국민들의 분노에 일일이 답해주기보다 자신이 섬기는 절대 권력의 눈에 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거짓말 같은 메시지가 딱 한 사람의 눈과 귀에 들어가 옆에 설 수 있다면 거짓말 같은 건 백번도 더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 국민의 화? 대중은 다른 이슈가 생기면 자신의 거짓말은 금방 잊어버리고 새로운 이슈로 달려간다. 국민, 대중의 분노 같은 것보다 정치인은 한 사람의 눈에 들면 되는 것이다. 절대 권력자의 눈에 들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마치 진실이라고 믿는 정치인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치인들이 왜 국회에 많을까. 국회의원이 너무 쉽게 되어서 그렇다. 편하게 국회의원이 되다 보니 마치 출퇴근하는 회사원처럼 생각하는 정치인도 있고, 국민들 위에 자신들이 있다고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인도 있다.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데 4년이 지나면 다시 표를 얻으려고 사람들 앞에 굽신거리며 나선다. 그 말은 공론화되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토론 한 번 없이 지역에서 표를 받아서 국회의원이 된 정치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토론 방식을 뭐라 부르는지, 무슨 토론이라 부르는지 잊어버렸는데 아마 버니 샌더스가 이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안다. 버니 샌더스는 20대까지 지지를 받았다. 버니 샌더스는 사람들과 토론을 많이 했다. 정책결정권자가 도장을 찍어서 이미 끝난 공공사업임에도 정책결정권자가 억울한 주민대표들과 만나서 주민들을 위해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예전에 이런 방식을 이재명도 한 번 한 것으로 안다. 계곡에 닭백숙 팔고 하는 무허가 건물 해체하는 결정이 났지만 생계 때문에 사업자들을 만나서 토론으로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한 개인이 생활하면서 정치인을 실제로 보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사용법라는 책을 읽어보면 지방에 있는, 각 시, 군, 구의 국회의원 사무실은 국민들에게 개방이 되어 있어서 자주 들락날락 거리며 그들에게 불편함을 호소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간다고 해서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정치인(이 가족이 아닌 경우) 곁으로 가지 않는다. 평소에 만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여기는 바닷가인데 일본과의 관계 때문인지, 오염수 그리고 멍게 같은 것들 때문에 화가 많이 난 사람들이 이런저런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불만 속에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이 가장 문제다. 오래전 정치인처럼 겉으로는 서로 앙숙이지만 나라에 큰일이 닥쳤을 때는 한 번 도와줍쇼 하며 서로 손을 잡아서 뭔가를 헤처 나가는 모습은 지금은 볼 수 없다.
오늘은 신승훈의 날 울리지마 https://youtu.be/B50AST7MD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