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7.
강둑에서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데 잊었던 나의 어린 시절의 고양이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쥐를 잡으려고 쥐약을 뿌린 음식을 엄마가 잘못 알아서 먹은 후 죽음으로 간 사고였다고 신문에 났다. 남은 어린 아들에게 사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면서 많은 물품과 후원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은 어렸던 나를 안타까워했고 불쌍하게 여겼다. 그러나 사람들은 음식에 쥐약을 뿌린 게 나라는 사실을 모른다.
나는 아주머니가 만들어 놓은 음료를 또 한 잔 마셨다. 순간 이 음료를 정말 염소를 가지고 만든 건강 음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수라는 말 자체가 몸이 떨리게 만들었다. 나는 소고기 육수도 잘 먹지 않는다. 결국 소를 죽여 끓여서 고기를 우려낸 국물이기 때문이다. 염소도 마찬가지다. 염소라고 해서 괜찮을 리가 없다.
아주머니는 이 큰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이렇게 큰 집에 혼자 살면 어떤 기분일까. 늘 느끼는 건 청소를 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는 거실을, 하루는 주방을, 하루는 이방을, 하루는 욕실을. 그렇지 않으면 매일 집 청소를 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버릴 것이다. 나는 일어나서 거실을 둘러보았다. 거실의 구조가 너무나 단순했다. 탁자, 선반, 그리고 내가 잠들었던 소파에는 생활의 깊이라는 것이 소거되어 있었다.
그저 집이라는 것을 지정하기 위해 구색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집에 비해 거실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거실의 왼편에 주방이 있는데 주방이 아주 컸다. 주방에는 대형, 중형 해서 냉장고가 다섯 대나 있었다. 생각한 대로 한 대의 냉장고를 열었는데 일반적인 반찬이 들어있지는 않았다. 알 수 없는 검은 통이 가득 들었을 뿐이다. 검은 통을 열어보니 음료가 냉장상태로 들어있었다.
아주머니는 밥이나 보통의 음식은 먹지 않고 이 음료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분자가 깨진 식재료를 가지고 만든 음식이나 각종 감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절룩거리는 다리는 빨리 완쾌가 되지 않았다.
주방에 냉장고를 제외하고 주방 용품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냄비 몇 개뿐이었다. 냄비를 꺼내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음료를 끓여낸 냄비라서 그런지 음료의 냄새가 미미하게 났다. 미미한 냄새마저도 현기증이 일어나려고 했다.
또 기침이 나왔다. 고요한 주방에 기침의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입을 통해 나의 영혼이 잠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3분의 1 정도만 들어온 것 같았다. 어지러웠다. 넘어지다가 양문형 냄장고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냉장고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차이는 있지만 잘린 고양이들의 머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고양이들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었다. 고양이들 중에 한 마리의 머리는 내가 사료를 줄 때 밥을 먹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던 고양이의 머리였다. 검은 바탕에 하얀 줄처럼 한 줄이 있는 고양이의 머리였다.
나는 분노가 일었지만 과연 내가 아주머니에게 분노하 자격이 있을까. 냉장고의 냉기 때문이었을까. 기침이 또 나왔다. 멈추려고 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기침을 할 때마다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기침을 여러 번 하는데 큰기침이 한 번 나왔다. 쿨럭 할 때 나는 내 영혼의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에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던 고양이의 얼굴이었다. 나는 고양이에게 손을 뻗어 보았다. 고양이의 머리에 손이 닿으려고 했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현관으로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총각이 아직 안 쓰러졌나.라는 아주머니의 혼잣말을 들으며 정신을 잃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