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3.
며칠 몸살이 나서 움직일 수가 없더라고.
아이들이 굶어서 어떡해.
어지간하면 쉬는 날이 없는데 몸살이 심하게 걸렸어.
총각 연락처를 알고 있었다면 아이들 밥 좀 주라고 부탁을 했을 텐데 말이야.
아주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내심 그 음료를 한 잔 얻어 마시고 싶었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가니 지난번 보다 음료의 냄새가 더 짙었다. 나는 흠흠 하며 냄새를 맡고 있으니 아주머니는 다리가 욱신거려서 좀 더 진하게 우려냈어. 나 한 잔 마실텐데 총각도 한 잔 줘?라고 하기에 나도 모르게 네, 하는 소리가 크게 나와 버렸다.
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냉장고에서 꺼낸 물병을 들고 나와서 컵 두 개에 음료를 부어서 나와 나누었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아, 이 기분 좋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 잔을 그대로 들이켰다. 짭조름하면서 달달한 끝 맛이 너무 맛있었다. 게다가 육수라서 든든하기까지 했다. 이러다간 정말 매력에 빠질 것만 같았다. 나는 그만 아주머니에게 한 잔 더 달라고 해버렸다. 아주머니는 우려내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총각은 더 줄게,라며 한 컵 가득 부어 주었다.
아주머니는 음료를 마시며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했다. 아주머니는 길고양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한없이 아이들이 걱정이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럼, 길고양이들 사료를 제가 줄까요? 아주머니 다 낫기 전까지만요.
아주머니는 나의 말을 듣고 환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그다음 날부터 아주머니에게 사료를 받아서 아주머니가 사료를 줬던 그 자리에서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나눠 주었다. 강변에 나온,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주머니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나다니는 많은 애묘인들이 사료값에 보태라며 몇 만 원씩 주고 갔다. 나는 그 돈을 전부 아주머니에게 전해 주었다. 아주머니의 아픈 다리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거의 두 달 가까이 내가 매일 고양이들의 사료를 챙겨 주었다. 그렇게 매일 사료를 주다 보니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의 얼굴을 익힐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료를 먹으러 왔다가 어떤 날부터는 오지 않는 고양이들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고양이들은 겉모습으로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나이가 많아서 죽었거나 로드킬을 당해서 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사료를 먹으러 오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날그날 사료를 건네받아서 고양이들에게 나눠주고 가방을 들고 아주머니 집에 가면 아주머니는 음료를 한 컵씩 주었다. 나는 그 음료를 받아 마시기 위해서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걸 귀찮아하지 않고 있다. 간혹 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겪지만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아주머니가 사료를 나눠줄 때보다는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재채기나 기침을 하거나 하품을 크게 하고 나면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시원하지 않고 귀가 멍하다든가, 아주 순간적이지만, 그 순간이 너무나 찰나적이라 그게 맞는지 확신도 가질 수 없지만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재채기를 심하게 하면 눈이 앞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는데 뭐랄까 그것과는 조금 다른, 내가 서 있는데 내가 나의 몸에서 아주 잠시 살짝 빠져나갔다가 금방 다시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돌아왔을 때에는 대기에 있는 먼지나 유분 같은 것도 같이 달고 몸으로 들어와서 원래의 나보다 조금 미끈거리고 기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너무나 미세한 변화라 그냥 넘어가기 마련인 것들이다. 나이를 먹는 것과 비슷하다. 분명 인간은 나이를 먹어간다. 하지만 그게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보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보인다. 과정이 보이지 않은 채 결과는 보이는 기묘한 일과 비슷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