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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5. 2023

이 송 주 2

소설


2.


부드럽고 모든 것이 완벽한데 어쩐지 외롭고 안타까운 모습을 손에 꼭 쥐고 있는 느낌의 연주였다. 만약, 만약 내가 옆에 있어 줄 수 있다면 송주의 그런 마음을 어루만져 줄 텐데. 그런 마음이 들었다. 송주가 음악실에 남아서 피아노를 연주할 때 이상하지만 늘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지만 반드시 좋지만은 않은, 힘이 들더라도 말하고픈 것들은 말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곁에 있어준다면 들어줄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주의 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나에게는 없었다. 나는 그저 소심하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6학년 남학생 1 정도 되는 인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송주의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때 얘! 하며 음악실 문을 열고 송주가 나를 불렀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송주는 음악실의 책상을 옮겨야 하는데 도와 달라고 했다. 비는 이제 조금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피아노 소리가 멎어서 인지 운동장 화단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무척 크게 들렸다.


나는 송주에게 어떤 말이나 아무런 질문도 하지 못한 채 일어나서 음악실로 따라 들어갔다. 여러 생각이 교차되었다. 여구부 애들처럼 힘이 없어서 책상을 옮기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송주는 나를 책상 앞으로 불렀다.


여기에 있는 책상을 저기로 옮겨야 한다고 송주는 말했다. 그런데 책상이라고 해봐야 아주 작은, 저학년이 들어도 될 법한 무게에 보잘것없는 책상이었다. 나는 마른 팔에 힘을 잔뜩 주고 송주와 함께 책상을 저기로 옮겼다. 송주의 긴 손가락이 나의 손가락에 닿았고 우리의 얼굴은 가까워졌다.


가까이서 보는 송주의 얼굴은 너무나 예뻤다. 눈으로 빨려 들어가 버릴 것만 같았다. 송주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데 얼굴에 구멍이 날 것만 같았다. 그 모습에 송주가 웃었다. 활짝 웃는 모습. 아직 발달되지 않았지만 웃을 때마다 봉긋한 가슴이 흔들렸다.


송주는 나에게 피아노 앞에 앉아 보라고 했다. 나는 송주와 함께 작은 책상을 옮긴 것도 일이라고 코끝에 살짝 땀이 배어 나왔다. 송주는 주머니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서 나의 콧등에 난 땀을 닦아 주었다. 참 이상했다. 송주가 나의 콧등에 난 땀을 닦아 주는데 나는 그만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렀다.


한동안 송주의 향에 코앞에서 맴돌았다. 송주는 내 눈을 맑을 대로 맑은 눈으로 바라보더니 손수건으로 눈물도 닦아 주었다. 송주의 손수건 레이스의 파동이 잔상으로 남아 내내 아른거렸다.


근데, 너 나 알아?


그럼, 알지. 너 교관이잖아.


내 이름 어떻게..


나, 너 5학년 때부터 지켜봤어.


5학년?


나는 놀랐다. 5학년이면 벌써 일 년 전이다. 송주는 늘 아이들에게 둘러 쌓여 있어서 전혀 그런 낌새를 찾을 수 없었다.


5학년 언제?


음, 5학년 여름이었어. 유월이 지나고 한창 더워지면서 비가 내리는 여름. 너 기억 않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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