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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7. 2023

이 송 주 4

소설


4.


교관아, 나는 너의 다정한 그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네가 학교에 남는 날이면 이렇게 남아 있곤 했어. 어쩐지 너는 우산을 준 그날은 기억을 못 하는 거 같더라고.


송주, 너 주위에는 다정한 친구들이 많잖아.


송주는 내 말에 마치 어른 같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나 머리도 단발이고 달리기도 잘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관심보다는 관찰받는 느낌이 많이 들어.


송주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우리 사이다 마시러 갈까?


송주의 말에 나는 그러자고 했다. 나에게는 우산이 없었다. 그건 송주도 마찬가지였다. 소나기는 여름의 단골손님이었다. 빗줄기는 줄어들었지만 우리는 비를 맞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앞 문방구로 달렸다. 빗물이 땀과 함께 얼굴에 흘렀다. 나는 땀과 섞인 빗물이 더럽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문방구 아저씨는 비에 다 젖었다며 우리에게 선풍기를 돌려주었다. 이마에 몇 가닥이 붙어 있는 머리카락이 선풍기 바람에 거둬지니 송주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예쁜 얼굴이었다. 내내 그 생각만 들었다. 이렇게 송주와 단 둘이 문방구에서 사이다를 마시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우리는 사이다를 마시며 문방구 한 편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송주가 말을 하고 내가 듣는 쪽이었다. 사이다가 그때만큼 달달하고 맛있었던 적은 없었다.


교관아, 나도 만들기 할 때 도와줄 거야?


다음 날에도 주번 핑계로 나는 남았고 송주도 음악실에서 연습을 했다. 모두가 다 떠나고 송주가 있는 음악실로 갔다. 복도 밖으로 송주와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나는 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송주가 대화를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이야기하는 소리가 문틈으로 다 비어져 나왔다. 나는 고개를 무릎사이에 묻고 가만히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야구부 승재가 나왔다. 나를 한 번 보더니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휙 하고 가버렸다. 송주가 나를 발견했다. 나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일어나서 음악실로 들어갔다.


우리가 하는 얘기 다 들었구나. 나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야. 그런데 나를 너무 사랑해주고 있어. 나도 그걸 알아. 엄마에게 혼날 때 늘 아빠가 그걸 다 막아줬거든, 그런데 친아빠가 나를 보고 싶어 해. 나는 사실 친아빠도 보고 싶거든.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친아빠는 엄마와 나를 버리고 가버렸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승재가 나와 단 둘이 있기를 바라고 있어. 나와 사귀자고 하는 거지.


승재는 야구부 중에서도 가장 멋진 녀석이다. 성적도 좋고 키도 크고 잘생겼다. 모두가 좋아하는 녀석이 승재가. 승재가 나보다는 송주와 잘 어울린다는 걸 나는 안다.


교관아,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나는 승재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승재가 나와 사귀려는 건 집착이야. 나는 승재를 친구 그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승재는 그 사실을 알고 내가 친아빠와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약국에 있는 아빠에게 이야기하려고 해. 승재는 그러면 안 돼. 그건 나쁜 짓이야. 착하디 착한 아빠는 분명 충격을 받을 거야. 아빠는 오직 엄마와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거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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