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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8. 2023

이 송 주 5

소설


5.


나 아빠를 위해 생일 선물로 말을 만들려고 해. 교관아 너 도와줄 거지?


나는 그렇다고 했다. 송주는 나를 자신의 옆에 앉게 했다. 송주의 옆모습은 아름다웠다. 창으로 비치는 햇살 사이로 먼지가 천천히 춤을 추었다. 마치 왈츠 같았다. 송주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송주는 나에게 건반 하나를 계속 누르게 했다. 송주는 바가텔 A단조 WoO50,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송주가 눌러라는 건반을 계속 눌렀는데 연주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엘리제를 위하여는 1분 정도가 지나면 아주 고요하게 흐르는 부분이 있다. 마치 나비가 마음에 드는 꽃 위에 수줍게 내려앉듯이. 그러다가 발전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후에 절정에 오르는 구간이 나오고 그것이 지나면 다시 내가 아는 엘리제를 위한 부분이 나온다. 연주가 끝났을 때 송주는 나의 손을 잡았다.


손을 통해 송주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송주를 알게 되고 난 후 무표정이었던 나의 얼굴에도 꽃이 피었다. 그때 송주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는 음악실을 나왔다. 송주의 마법 같은 미소를 내내 볼 수 있었다. 허클베리 핀을 읽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비가 또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송주와 함께 있으니 비가 내려도 상관없었다. 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비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인간은 큰일 난다. 비는 생명수다. 모든 생명을 살아있게 해 주었다. 송주는 그런 비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우리만의 첫사랑은 여름방학까지 죽 이어졌다.


약국은 시원했다. 송주의 아버지는 나를 늘 반겼고 수박에 연유를 살짝 뿌려서 우리에게 갖다 주었다. 그건 정말 계절의 맛이었다. 약국은 크고 넓어서 작은 평상에 우리는 엎드려서 동화책을 읽고 수박을 서로 먹여 주었다. 친아빠가 아니라는 송주의 아버지는 어쩐지 송주와 닮아 보였다.


송주의 아버지는 평소보다 잘 웃고 말이 많아진 송주 때문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 덕을 나에게 있다고 보고 내가 놀러 가면 언제나 반겨주었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송주 아버지의 생일 선물로 학교에서 말을 만들어서 선물해 드렸다.


나무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천을 감고 그 위에 찰흙을 발라서 며칠 동안 양생을 한 뒤에 물감을 바르고 또 발라서 말을 만들었다. 송주의 아버지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말을 키우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해서 약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벌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송주 엄마를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딸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송주 아버지는 송주의 엄마와 송주를 사랑했다. 송주는 그런 아빠를 위해 말을 만들어서 선물해 주었다. 송주의 아버지는 몹시 기뻐했다. 송주는 그런 아빠에게 상처주기 싫었다.


승재 녀석이  그걸 빌미로 송주에게 협박을 했다. 나는 달려들었다가 승재에게 얼굴을 맞고 말았다. 송주는 승재에게, 너처럼 쓰레기 같은 녀석과는 말을 하지 않겠다며 새아빠에게 친아빠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걸 말하라고 큰 소리를 질렀다.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았던 승재 녀석은 그 뒤로 나타나지 않았다.


나의 얼굴은 맞아서 부었다. 송주는 쓰러져 있던 나에게 와서 나의 얼굴을 보며 그날 엄청나게 울었다. 아픈데 아프지 않았다. 쓰러져서 못 일어나겠는데 그대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송주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더니 더 크게 울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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