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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0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56

2장 1일째


56.


 여기까지 하던 생각을 떨쳐버리려 머리를 흔들며 병원 입구까지 올라왔다. 계단은 생각 외로 높았다. 그러고 보니 병원이라는 곳에는 고등학교 때 이후 지금까지 와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병문안이나 다른 볼 일 때문에 들린 적은 있었지만 마동 자신의 문제로 내과를 찾아보긴 그야말로 사고 이후 처음이었다. 요즘은 병원 내에서도 포르말린 냄새는 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기실에 몇 명의 환자가 앉아 있었다. 건물 밑에서 봤을 땐 전혀 환자가 없어 보였지만 그건 마동의 편견이었다. 모시옷을 입은 할머니 한 사람과 반팔의 하늘색 남방을 입고 여름용 치노 바지를 입은 할아버지 한 사람 그리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두 명, 직장인으로 보이는 촌스러운 유니폼을 입은 30대 초반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것은 20대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도 대부분 기침을 많이 했으며 역시 그 모습은 한눈에도 냉방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사람들은 여름에 겨울 감기가 걸리고 겨울에는 감기보다 지독한 독감이라는 강한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었다. 감기 바이러스는 일단 한 번 인체에 침투를 하면 한 번에 빠져나간다거나 소멸하지 않았다. 뉴스전문채널에서 몇 년에 걸쳐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우리 모두가 알만한 유명한 배우가 가상 프로그래밍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다큐를 소개하기 시작한다.


 정권이 여러 번 바뀌고 경기가 어려워지고 경제부흥을 일으켰던 세대들은 회사에서 대부분 퇴직을 하여 자영업이라는 새로운 업종에 뛰어들었지만 경영부진과 사기 등에 휘말려 살길이 막막한 시대에 들어왔다. 그들은 단가를 맞추고 생활을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섭취하면 위험한 화학물질로 음식의 첨가물을 만들었고 정부는 적정량이라는 애매한 기준치를 두어 허가를 해주었다. 첨가물은 식당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적당한 양이라는 것을 지키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결국 그들도 다른 곳에서 그들처럼 화학첨가물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 했다. 돌고 돌았다. 단가를 낮추고 그에 맞게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그들은 대륙의 외곽 지역이나 동남아 나라의 해안 근교의 오래되고 질 나쁜 식재료를 사들여서 식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은 그렇게 돌고 도는 음식을 팔고 사 먹었다. 그 사람들의 2세가 자라서 똑같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음식을 먹어가며 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아토피를 안고 태어나거나 환경에 의해서 아토피가 극심하게 몸에 퍼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화면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가렵지만 긁지 못한다. 아이에겐 고통스러운 일이다. 긁지 못해 울어버린다. 그 통계는 매년 늘어가는 추세다. 아토피 바이러스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한,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인체의 빈틈을 파고들어 유전자로 하여금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인체에 내려 보낸다.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바이러스는 점점 불어나기 시작한다. 아토피라는 새로운 변이체는 시간과 더불어 세력을 확장시키고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더니 생활이라고 하는 부분을 파괴해버리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번진 아토피는 피부의 껍질을 하얗게 변색시키고 허물을 만들어내서 시종일관 가려웠고 피부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타올랐다. 여름에 일광욕을 잘못한 사람들의 피부처럼 허물이 제멋대로 벗겨졌다. 아토피가 심한 학생들은 사람들을 회피했고 시선이 무서워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다. 아토피는 각각의 인체에서 서로 다르게 변형질로 자라서 아토피의 확실한 치료법이나 약의 개발이 어려웠다. 유전형질로 물려받은 열성인자들이 떠안고 가야 하는 운명이었다. 유전자는 인간을 이동매체로 하여 끝없이 이어져 가면서 그 크기와 강도를 확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소피가 늘 하던 말이 떠올랐다. 다큐멘터리는 정부가 국민들의 균형을 맞추는 일에 소홀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마무리를 지었다. 뉴스전문채널에서 야심 차게 준비해서 정부에게 타격을 가하는 방송을 제작했지만 시청률은 저조했다. 사람들은 아토피를 몸에 지니고 있지만 피자집으로 향했다. 다큐멘터리의 진행을 맡았던 유명 배우는 이후로 비중 있는 역에서 점점 멀어지더니 끝내는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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