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Sep 04. 2023

굴이 들어간 미역국 3

소설

  


3.   


참 이상하지? 마르게타는 모텔에서 먹는 밥이 맛있었어?


아니, 전 아무런 맛도 느낄 수가 없었어요.


요리는 어디서 먹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아. 분위기라는 게 있어. 어느 공간의 어떤 소품으로 장식을 하느냐에 따라서 요리의 맛이 달라지는 거야.


그는 마르게타의 반대편에 누워서 그녀의 오른발을 만지며 말했다.


요리는 입으로 먹는 게 아니야. 가슴으로 느끼는 거야.


마르게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고 했고 그는 그녀의 옷을 벗겨냈다.     


전위에서 그의 손길만이 마르게타를 바다로 안내했고 굴의 평원에서 알몸으로 뛰어다니게 했다. 그가 콘돔을 끼고 섹스를 하고 그녀의 배에다가 정액을 쏟아 낼 때도, 배란기가 아닐 때 그녀의 성기 안에다가 쏟아내서 정액이 흘러나올 때까지 그는 마르게타의 오른발을 만져주었다. 정액이 쏟아져 나오면 마르게타는 그 찰나의 뜨거움이 좋았다.      


입안에 들어온 뜨거운 굴 같았다. 그가 자신의 발을 만져주면 굴의 부드럽고 물컹한 기분 좋은 느낌이 전해져 왔고 그와 나누는 전위가 마음에 들었다. 입안에서 터지는 굴을 씹는 것은 마치 금지된 잘못을 몰래 하는 두근거림이 있었다. 그는 마르게타의 성기에 자신의 성기를 넣어서 허리를 천천히 움직여가며 그녀의 작은 오른발을 만졌다.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발가락 사이를 애무하기도 했고 발가락 다섯 개를 꼭 쥘 때도 있었다.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의 홈을 큰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어느 날은 섹스를 할 때 그녀의 발바닥을 꾹 누를 때도 있었고, 뒤꿈치를 잡고 그녀의 발가락을 소중하게 빨아 당기기도 했다.     


그의 방은 고요했고 음악도 나오지 않았다. 방안에 감돌고 있는 것은 한 그릇 비워버린 굴이 들어간 미역국의 따뜻한 향이 오롯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책장의 수많은 소설 서적들이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마르게타는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며 얼굴에 난 구멍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의 허리가 움직일 때마다 살갗과 살결이 닿는 은밀한 올림과 그가 마르게타의 엄지발가락을 빠는 견고한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불규칙적이게 그의 신음도 들렸다. 그것은 운동을 하면서 내뱉는 심호흡과는 다른 것이며 걸으면서 내뱉는 호흡과도 달랐다. 음식을 먹을 때 나는 호흡도 아니었으며 계단을 오를 때 나오는 호흡도 아니었다.     


마르게타는 자신의 몸에 피어나기 일보 직전의 꽃처럼 오므라들었다. 자신의 오른발을 그가 만져줄 때마다 마르게타는 굴이 들어간 미역국을 먹는 상상을 했다.      


굴을 입안에서 씹는 소리와 미역을 후루룩 빨아들이는 경쾌한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숟가락으로 미역국의 국물을 떠서 입으로 넣을 때 나는 소리도 났다. 그가 마르게타의 발가락들을 주물렀다. 발을 당겨 그는 또 한 번 발가락을 빨았다.      


마르게타는 눈을 감고 굴을 입안에서 씹는다. 입안으로 들어온 굴을 바로 씹지 않고 혀로 굴의 감촉을 느낀다. 감촉을 느낌 다은 사정없이 씹어 먹는다. 굴을 씹는다는 건 마치 자신의 성기를 잘근잘근 씹는 것으로 중첩된다.      


잘못된 미덕을 씹는 맛. 마르게타 자신의 성기를 씹는 맛과 같은 맛.


마르게타는 신음을 토해낸다. 미역국 안의 굴을 씹는다는 건 기대감이자 안도감이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굴이 들어간 미역국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