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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03. 2023

굴이 들어간 미역국 2

소설


2.


마르게타가 굴을 넣은 미역국을 좋아한 것은 아마도 한국에서 처음 먹어본 미역국의 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르게타가 한국에서 그리스로 입양되기 전 마지막으로 먹어본 굴이 들어간 미역국의 맛이 떠올랐다.    

  

마르게타는 진숙이라는 이름으로 8살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비교적 늦게 입양이 되었다. 남해의 작은 식당이었다. 마지막이라고 마르게타를 키우던 식당집주인아주머니가 굴을 기름에 한 번 볶은 다음 물을 붓고 돌미역을 넣어서 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미역국은 검은색을 띠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막 같은 진초록을 띄었다. 어렸지만 기이하게 미역의 향과 함께 따뜻한 굴이 입안에서 퍼지는 맛은 이제 더 이상 맛볼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마구 퍼먹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섹스를 할 때 자신의 발을 만지면 미역국 안의 굴이 떠올랐다. 미역국 안의 굴을 떠 올리면 수순처럼 그와의 섹스가 생각났다. 정확하게 섹스가 떠올랐다기보단 그가 자신의 발을 만져주는 묘한 감촉이 떠올랐고 몸이 오므라들었다.     


어느 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마르게타는 그에게 자신의 발을 만져 달라며 양반다리를 만들어서 한쪽 발을 그의 자리로 내밀었다. 그는 어째서?라는 눈빛을 마르게타에게 보냈고 그녀는 힐을 신어서 발바닥이 아프니 만져달라고 말했다.     


그의 왼손 감촉을 느끼고 싶어서 마르게타는 그의 오른쪽에 앉아서 영화를 봤지만 영화 내용은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는 일본 감독이 만든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가 미국에서 만나는 이야기의 내용이었다. 그는 영화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마르게타의 발을 만져주었다.      


이상하게도 마르게타는 섹스할 때의 그 감촉을 느끼지 못했다. 미역국의 굴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동차 안에서도 마르게타는 그에게 응석을 부려서 발을 만져달라고 했지만 전혀 그 감촉이 전해지지 않았다. 자동차 안에서의 페팅으로는 부족했고 모텔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얀 시트와 세탁하기 좋은 무늬 없는 커튼이 싫었고 작은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가 싫었고 선반 위의 물 컵과 일회용 커피믹스도 싫었다.     


근처의 호텔은 언제나 꽉 찼지만 호텔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마르게타의 마음을 아는지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 요리를 해주고 섹스를 나눴다.      


무슨 요리를 해 줄까? 뭐 먹고 싶어?라고 요리사인 그가 말했다.


굴이 들어간 미역국이 먹고 싶어요. 마르게타는 눈에 힘을 주며 애원하듯 말했다.      


그의 원룸은 단출했지만 침대에 누우면 맞은편 벽면이 온통 책장이라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유명 요리사들의 책도 많았지만 소설책이 월등하게 많았다. 마르게타는 그에게 소설책이 이렇게 많은 것에 대해서 물어봤다. 소설과 요리는 비슷한 거야. 상상력의 산물이거든.라는 말을 그가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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