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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2. 2023

하루키 오마주 소설 7

소설


7.


 아무튼 뒤틀린 인격과 기묘한 본성이 마구 뒤섞여 있다. 노먼 베이츠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의 주인공 이름이다. 62년에 나온 싸이코는 83년도에 2편이 나왔다. 노먼 베이츠가 20년이 지난 후에 베이츠 모텔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주인공도 20년이 지나서 같은 인물이 노먼 베이츠 역을 했다. 시리즈 ‘베이츠 모텔’은 영화 ‘싸이코’가 너무 좋아서 프리퀄로 만들어졌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현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지금이다.      


 전화가 왔다. 사무실이었다. 나는 점신시간이 끝나고도 15분이나 여기에 앉아 있었다. 사무실에서 팀장에게 또 불려 갔다. 나는 이 회사에 사활을 걸고 입사했다. 신입사원에 뽑히기 위해 전투적으로 임했다. 나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안정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이었다. 학자금 대출도 비교적 빠르게 갚을 수 있을 회사였다. 당시에는 앞만 보며 달렸다. 마치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처럼.     


 이란이가 열심히 응원해 주었다. 이란이는 여자 친구의 이름이었다. 이란이는 대학교를 다니며 만났다. 흔한 독서모임에서 만났는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우리 둘은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했다. 주로 여가 시간을 같이 하루키 소설을 읽으며 보냈다. 둘이 바닷가에 여행을 가면 이틀 내내 숙소에서 나가지 않는 날도 있었다. 우리는 맥주 여덟 캔과 햄버거 여섯 개를 사들고 숙소에 누워 같이 책을 보다가 배가 고프면 햄버거를 하나씩 먹고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서로 피부의 냄새를 맡았고 몸을 탐닉했다.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그대로 잠들었고 배고프면 일어났다.


 누워서 내가 책을 들고 있으면 그녀가 한쪽의 책을 들었다. 그녀의 손톱은 길고 예뻤다. 크림 톤의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그런 일련의 모습과 움직임이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것 같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손톱의 모양도 부여받는다. 이미 정해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손톱 모양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녀는 날 때부터 예쁜 손톱을 가지고 태어났다. 가끔 그녀의 손톱이 진홍색으로 붉게 물드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에는 우리는 새벽까지 피부의 냄새를 맡았다. 숙소 밖에는 따뜻한 바다가 사람들을 맞이해도 우리는 발가벗고 서로 붙어서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며 숙소에서 보내는 게 좋았다.


 취업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이란이는 옆에서 나를 지켜주었다. 이란이는 나를 위해 도시락을 싸왔고 우리는 공원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다. 불안했지만 행복했다.      


 이란이는 내 옆을 잘 지켜주었다. 이란이는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대형마트 한 코너에 세를 얻어 옷을 팔았다. 그녀는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했고 주로 옷에 관련한 일이었다. 그만큼 옷을 좋아했다. 입고 다니는 옷도 일반적이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맞는, 체형이나 유행을 고려하면서도 유행에 따르지 않는, 그녀 자신에게 맞는 의상을 입었다. 뭔가 모자라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리폼을 하기도 했다.


 이란이는 대학교 졸업장은 필요 없다며 학교를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그대로 자영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이란이는 의상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고 옷을 팔고 싶어 했다. 가장 좋은 장소가 사람들이 많이 오는 대형마트였다. 주차장이 2층에 있는 대형 마트는 주차장에서 사람들이 내려 마트 안으로 들어오는 그 입구에 옷가게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사간다고 했다. 그러나 그 자리는 자릿세가 너무 비쌌다. 이란이는 악착같이 일을 해서 그 자리를 얻었고 옷을 팔면서 의상 공부도 열심히 했다. 저녁에는 나에게 밥을 사 먹이고 주말에는 도시락을 준비했다. 나는 열심히 취업 준비를 했다. 지금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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