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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15. 2023

하루키 오마주 소설 10

소설


10.


 나는 그 애인이라는 남자가 궁금했다. 애인에게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렇게 두 여인을 한 번에 품을 수 있을까. 애인이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려다 참았다. 그런 말을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미 두는 걸 참 좋아한다. 뭐든 의미를 두려 하고, 의미가 없으면 하지 않는다. 나도 우리나라 사람인 것이다.


 제임슨을 병 채 달라고 했다. 209는 제임슨을 병 채로 들고 왔고 얼음과 피스타치오는 208이 들고 왔다. 바에는 우리 세 명밖에 없었다. 나는 제임슨을 마시고 취기가 올랐다. 그녀들도 제임슨을 같이 마셨다. 그녀들은 베테랑인지 술이 강한지 눈동자도, 얼굴도 말투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쌍둥이는 마치 무게감이 나비의 날개처럼 느껴졌다. 나는 쌍둥이에게 내가 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고립된 곳에서 겁에 질려 벌벌 떨다가 죽음에 직면했을 때 잠에서 깨어난다고 말했다. 그런 꿈을 꾼 날에는 너무 피곤해서 생활이 불편하고 그런 꿈을 근래에는 매일 꾼다고 말했다. 나는 책장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나는 체념한 듯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208이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책을 가지고 그렇게 한 건 아무래도 리틀피플이 한 짓 같아요. 리틀피플은 우리에게 해가 되지는 않지만 나타나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는 건 뭔가가 일어나려고 한다는 거거든요. 그 뭔가가 아주 크고 거대한 일이라는 게 문제지만.


 나는 마신 제임슨이 확 깨는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나는 쌍둥이가 리틀피플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아니 리틀피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또 있을 것이다. 리틀피플은 일큐팔사에 나오니까. 그 훨씬 전에 tv피플에 먼저 등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단편소설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쌍둥이에게 리틀피플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209가 이번에는 대답을 했다.


 우리는 한동안 리틀피플과 함께 생활했어요. 그들은 그리 현학적인 사람들이 아니에요. 하지만 현학적입니다. 선한 동시에 악한 존재예요. 리틀피플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지만 그들이 한 번 돌아서면, 그들과 대항해야 하는 사이가 되면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돼요. 그들은 오래된 도서관에 살고 있어요. 그들은 그들에게 반하는 인간, 그중에서도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역량의 사람들의 뇌에 양을 심어 놓아요. 아주 작은 크기의 종양을 심어 둡니다. 그래서 리틀피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움직이게 합니다. 평화를 유지하면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킵니다. 그 모든 배후에 리틀피플들이 있어요. 리틀피플들이 당신이 불러냈어요. 이건 당신 개인적인 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아마 우리들에게, 인간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누가 막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놀라는 것은 이제 조금씩 그만둬야 했다.

 내가 리틀피플들을 불러낼 이유가 없어요. 또 그들을 불러내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말을 하니 이번에는 208이 웃으며 불러내지 않는 리틀피플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쌍둥이는 아마 내가 트리거일 거라고 했다. 한 번 잘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나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여 나 자신도 모르게 이곳에서 벗어나 초현실 세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나 현실에서 완전하게 벗어나는 생각에 대해서 떠올려보라고 했다. 그 마음이 너무 강하여 리틀피플들에게 가서 닿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란이가 죽고 난 후 이 세계가 확 바뀌었으면 하고 절실히 바랐던 적이 있다. 아니 죽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강력하고 강하게 생각을 했다. 이 똥물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건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고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했고 하루를 보냈다. 견디지 않으면 어딘가에 부딪혀 터져 버렸을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망해버리는 세계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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