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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7. 2023

하루키 오마주 소설 22

소설


22.


 그녀들은 나의 안부를 물었다. 나는 대답했고 그녀들이 동시에 사랑하는 남자에 대해서 말했다. 남자는 오늘 아침에 떠났다고 했다. 나는 어디로?라고 물었다. 209가 돌고래 호텔이라고 했다. 그곳으로 가야만 한다며 떠났다고 했다. 돌고래 호텔은 벽 너머의 세계로 가는 또 다른 문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벽 너머의 세계라면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나는 쌍둥이에게 물었다. 208, 209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때 저 구석의 한 테이블에서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시선은 날카로웠고 따갑게 날아왔다. 그 사람은 버드와이저 한 병을 앞에 두고 나를 응시하며 앉아 있었다. 나를 쳐다보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혼자 와서 신문을 본다던가, 바에 흐르는 신포니에타를 심도 있게 듣는다던지 해야 하겠지만 오로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목적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한 눈에도 눈에 띌 만큼 이상하게 생겼다. 눈썹이 짙고 굵었는데 빗으로 빗어도 될 만큼 길었다. 얼굴에 모든 털이 눈썹으로 다 가버린 것 같았다. 게다가 얼굴의 반이 너무 짝짝이 었다. 비대칭이 심했다. 코도 심하게 비틀어졌고 입술도 양쪽의 높낮이가 다른 게 너무 눈에 띄었다. 머리통은 아주 컸으며 삐뚤빼뚤한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209에게 저 손님에 대해서 물었다. 쌍둥이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하는 사이에 그 남자가 일어나서 나에게 다가왔다. 다가올수록 그의 이상한 외모가 더 돋보였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 명함을 건넸다. 거기에는 우시카와라는 이름과 함께 전문대행이라는 짤막한 글자만 있었다.


 전문대행?라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옆에 좀 앉아도 되겠소? 우시카와라는 이상한 이름의 사람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의 말에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암묵적인 나의 대답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앉았다. 제임슨이 체내에 들어가서 술에 취했는데 우시카와가 다가오니 취기가 확 달아났다. 그가 앉았는데 엉덩이가 의자에 다 들어가지 않아서 걸터앉는 수준이었다. 나는 우시카와에게 뭐 하나 마시겠냐고 물었다.


 정말 사주시는 겁니까? 저는 살면서 이런 고급 코냑이나 와인 같은 술은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저는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나 같은 인간도 결혼을 할 수 있었답니다. 아내와 신혼을 보내고 딸을 얻었지요. 딸이 내 품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이상했습니다. 과연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할까요. 저에게 행복이란 그리 어울리지 않습니다. 집에 가면 덩그마니 방만 그저 저를 반깁니다.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작은 방에서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저의 낙입니다.


 나는 208에게 우시카와에게도 나와 같은 걸로 달라고 했다.


 오, 감사합니다. 저에게도 이런 고급 코냑을 주문해 주시고. 라며 우시카와는 한 모금 마셨다. 정말 맛있는 술이군요. 끝 맛이 캐러멜 맛이 납니다. 아주 좋군요. 취기가 오르기 전에 당신에게 이야기해야 할 건 해야겠지요. 저는 의뢰를 받아서 움직입니다. 그런 일을 하지요. 그래서 빈틈없이 해야 한다는 겁니다. 당신에게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쩌면 일생일대의 위험에 처해있을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그것이 위험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일이 이미 주위에서 시작되었다는 겁니다. 이미 시작된 일은 멈출 수가 없습니다. 119에 신고를 하고 경찰이 온다고 해도 이미 일은 일어난 후에 그들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뒤 수습이 시작되지만 멈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당신이 있습니다. 당신도 몇 가지의 일은 이미 느꼈을 것입니다.


 우시카와는 제임슨을 한 모금 벌컥 마셨다. 카 하는 소리를 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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