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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30. 2023

하루키 오마주 소설 25

소설


25.


 네, 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입구의 돌이라는 건 어디 입구라는 겁니까.


 우시카와는 나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아주 난처한 얼굴을 하고 남은 술을 다 마셨다. 얼굴에 땀을 많이 흘렸다. 그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땀을 닦았다. 땀은 생각보다 많이 났다. 잠시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던 의자도 축축했다. 우시카와는 화장실에 간 뒤로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좀비가 세상에 나타나면 인간은 좀비를 피해 다녀야 한다. 필사적으로 도망 다닌다. 그러나 누군가는 좀비에게 물려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람이 있고, 끝끝내 좀비 떼가 몰려와도 피해 다니며 목숨을 건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온 세상이 좀비 화 되어서 사회가 멈추었는데 살아남으면 그게 다행스러운 일일까. 희망이라는 얄팍한 것을 믿어야 맞는 일일까. 좀비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좀비가 도래하기 이전처럼 돌아가지는 못한다. 마음껏 샤워도 하지 못하며 대변을 보고 깨끗하게 물을 내리는 변기도 없다.


 물 역시 귀하게 되었다. 그저 어딘가에 배설을 하고 다음 날이 되면 또 다른 곳에 배설을 해야 한다. 이가 아프다고 해서 치과를 간다거나 내과를 가지도 못한다. 아프면 참거나 병이 들어 계속 아픈 몸을 질질 끌고 다녀야 한다. 좀비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이다. 그에 비해 좀비가 되고 나면 좀비 이전의 생활 같은 건 아무것도 기억도 하지 못하며 자신의 존재도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좀비인 채로 영원히 살아간다. 몸이 썩어가는 것도 모르고, 옷이 다 벗겨져도 창피함도 모른다. 그저 하나의 의지만 가지고 살아간다. 좀비가 되면 좀비가 된 그 자체로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리틀피플이 나타났어요?


 나는 208, 209에게 리틀피플에 대해서 물었다. 아직 이곳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쌍둥이가 하는 바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결하는 장소. 이곳에, 이 자리에 리틀피플은 나타날 것이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이 자리에 리틀피플 한 두 명이 아닌 여러 명이 한꺼번에 나타날 것이다. 어제 우시카와가 앉았던 자리를 보았다. 우시카와라는 사람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은 사라진 것이다. 마치 애초에 없었던 사람처럼 존재가 소멸했다. 누구도 우시카와를 찾지 않을 것이고 기억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가족도 그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애달파하거나 안타까워하지도 않으며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화장실에 들어갔지만 화장실에서 이곳으로 나오지 않고 어딘가로 다른 통로를 통해 가버린 것이다. 어쩌면 우시카와가 입구의 돌을 통해 그대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모르게. 리틀피플이 나타나기 전까지 나는 어딘가 가봐야 할 곳이 있었다. 그곳에 다녀와야 했다. 다녀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나쁜 짓을 한 번 한 적이 있었다. 이란이의 장례식이 있고 나서 그녀를 화장했다. 유골을 내가 아는 곳에 묻으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그녀의 오빠가 나타나서 유골을 가져가버렸다. 장례식 장에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다가 일이 다 끝난 다음에 나타났다. 그에게 동생의 유골은 사실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유골을 빌미로 나에게 돈을 가져갈 요량이었다.


 오빠로서 동생의 유골은 내가 가지고 가겠소. 당신은 가족도 친족도 아니니 이 일에서 빠지시오. 하지만 동생의 애인으로 그동안 지켜본 바 동생의 유골을 거둬가려면 방법이 있을 것이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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