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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01. 2023

하루키 오마주 소설 26

소설



26.


 나는 그런 인간을 혐오한다. 살아가는 동안 정말 필요 없는 인간이다. 남에게 피해만 주고, 피해를 주는 것을 즐기는 인간, 오로지 돈만 밝히지만 그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는 인간이다. 나는 이란이가 어린 시절에 줄곧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자랐다는 것을 알고 일종의 분노가 머리를 터지게 할 만큼 아프게 조여 왔다. 이 세상에 가장 무서운 존재는 모기도, 태풍도, 지진도, 호랑이도 아닌 사람인 것이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


 육식동물은 생존을 위해 사람을 잡아먹지만 사람은 배고프지 않아도, 생존에 필요하지 않아도 사람을 죽인다. 그저 가지고 놀다가, 재미있어하다가 싫증이 나면 죽이기도 한다. 표시도 없고 표도 나지 않는다. 은밀한 곳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고 다른 사람을 유린하고 구렁텅이로 몰고 간다. 그런 인간을 나는 혐오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필요하지만 필요 없다.


 나는 한 노숙자를 도와준 적이 한 번 있었다. 노숙자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었다. 옷도 깔끔했고 머리도 단정했다. 단지 나이가 많았다. 자신의 이름을 커넬 샌더슨이라고 소개한 사람이었다. 그는 나에게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나는 그때 이란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이란이와 먹기 위해 유부초밥을 포장해서 가고 있었다. 이란이가 유부초밥을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노숙자 같지 않았던 커넬 샌더슨은 너무 배가 고프니 먹을 것 좀 달라고 했다.


 혹시?라고 말을 하니, 그래 맞지만 닮은 사람이라고 했다. 너무 닮아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커넬 샌더슨은 전혀 배가 고파 보이지 않았고 옷도 나보다 깔끔했지만 나는 포장을 했던 유부초밥을 그에게 건넸다. 이란이에게는 어떻게든 말하면 괜찮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는 허겁지겁 유부초밥을 먹었다. 나는 천천히 드시라고 했다. 그는 포장을 뜯어먹고 또 하나를 뜯었다. 나는 천천히 드시라고 계속 말했다. 마치 씹지도 않고 그냥 입 안에서 밀어 넣는 것 같았다.


 그랬더니 그가 한 번 나를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주머니에 있던 7만 원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일어나서 가려고 했다. 그는 나에게 명함을 하나 건네주었다. 전화번호만 적힌 명함이었다. 커넬 샌더슨은 나에게 나중에 힘들 일을 부탁할 때 전화를 하라고 했다. 어떤 일이던지 해준다고 했다.


 어떤 일이 던지요?라고 물으니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괴이했다.


 보수는 얼마 정도?라고 물으니 그건 전화 상담을 했을 때 말해준다고 했다. 나는 그 명함을 주머니에 넣어 두고 그렇게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의 오빠가 그녀의 유골을 가지고 거래를 제안해 왔을 때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상담을 했다. 보수는 0원이었다.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0원이라고만 했다. 많은 돈이라도, 설령 보이스 피싱이라도 그냥 줘버리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보수는 0원이었다.


 그다음 날 저녁 집에 있는데 택배가 왔다. 그녀의 유골이었다. 그 후 그녀의 오빠는 사라졌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사라졌는지 알 수도 없고 알기도 싫었다. 그런 인간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본인에게나 주위 사람들에게나 다 괜찮은 방법이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곳에 다녀와야 했다. 그곳은 그녀가 늘 가고 싶어 했던 곳이다. 며칠 걸릴 것이다. 그곳에 다녀오면 얼굴 없는 사나이도, 리틀피플도, 양사나이도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입구의 돌이 열리지 않은 채 평온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될 것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녀가 있는 곳에 다녀오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늘 불영사가 있는 불영계곡에 가고 싶어 했다. 어린 시절에는 불영계곡에 자주 갔었다고 했다. 큰집이 불영계곡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에 있어서 제사가 있거나 명절에는 그곳에 갔었는데 큰집의 큰 아버지가 그녀를 예뻐해 주었고 잘해주었다고 했다. 술만 마시고 빚더미에 앉은 아버지를 많이 도와줬고 이란이에게 잘해주라며, 머리가 똑똑한 아이니까 공부를 제대로 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랬던 큰 아버지는 잠들었다가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큰집은 그 계기로 전부 뿔뿔이 흩어졌고 그 뒤로 불영계곡에는 가보지 못했다. 이란이는 불영계곡에 같이 가자고 했었다. 거기서 텐트로 치고, 텐트를 칠 수 없다면 요즘은 거기 야영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며칠 다녀오기는 편하다고 했다. 나는 회사에 취직하면 꼭 그러자고 했다. 결국 그녀는 유골이 되어서 불영계곡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작은 마을에서 큰집이 있었다는 집터의 맞은편, 개울이 보이는 곳에 밤에 몰래 나와서 나는 그녀의 유골을 수목장을 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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