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Oct 04. 2023

하루키 오마주 소설 29

소설

29.


 놀라지 마세요. 자그마치 자식이 스무 명이나 되었거든요.


 어머나.


 스무 명을 먹여 살리려니까 나 좋아라, 하며 원하는 음악만 작곡해서는 살 수가 없었어요. 닥치는 대로 작곡해야 그 많은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그 유명한 칸타타도 작곡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모차르트 역시 자기 하고 싶은 음악만 하며 살 수 없었죠. 귀족들 때문에요. 일어나기 싫어도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귀족 자제들 음악 수업을 하고 예의를 차려 아침밥을 먹어야 해서 모차르트는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어머,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군요. 손님이 와서 칸타타에 대해서 물어보면 이야기해 줘야겠어요. 모차르트 얘기도 더 듣고 싶네요.


 카페의 여주인과의 대화는 기분이 좋았다. 실로 오랜만에 이런 기분을 느꼈다. 여주인은 통통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면모 때문에 호감이 갔다.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귀여운 면도 확 드러났다. 여주인의 이야기를 잠깐 들을 수 있었다. 여주인은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고 할아버지와 함께 둘이서 생활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박사였는데 모든 분야에 대해서 천재였다고 했다. 물리학부터 인간이 다루는 학문은 전부 다뤘다. 무엇보다 골상학에 관해서 아주 연구를 많이 했다고 했다. 여주인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람은 요즘 드물다. 모두가 자기 위주의 이야기와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사람은 잘 볼 수 없다. 이런 사람과는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가방에는 무엇이 있나요?


 가방에는 일각수의 머리뼈가 들어있어요.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차에 둘 수 없어서 가방을 들고 왔다. 여주인은 차에 두지 않고 들고 온 가방을 그대로 다시 들고나가는 것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가방에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이 들어 있어요.


 어머, 그렇군요. 사실 가방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이 세상의 소리가 아닌 소리가요.


 나는 놀랐다. 골상학에 대해서 연구한 박사의 손녀라서 그럴까. 이 소리는 단지 귀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다.

 가방은 여행의 끝에서 열어야 해요. 여기서는 열어봐야 그저 하찮은 물건일 뿐입니다.


 하찮은 물건은 아닐 거예요. 저는 알 수 있어요. 여행 가셨다가 다시 들러줄 수 있어요?라고 여주인은 한참 생각 끝에 말을 했다.


 물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장담은 할 수 없었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주인에게는 대답을 하고 싶었다. 카페를 나서려는데 그녀가 나에게 연락처가 찍힌 명함을 건네주었다.


 메시지 한 번 주세요. 여행지에 도착하게 되면 말이에요.라고 말하며 여주인은 웃었다. 역시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웃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 웃음을 자꾸 보고 싶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나는 카페를 나왔다. 운전을 해서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갔다. 경치는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고 날은 화창했다. 햇살은 신체의 리듬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따사롭고 경쾌했다. 아직 오전의 날이라 햇살이 뜨겁지 않았다. 그래도 창문을 닫고 운전을 하니 좀 더웠다. 나는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동쪽을 보는데 맑은 하늘에 회색의 구름이 떠 있었다. 그런데 구름이 몹시 이질적이었다. 맑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군데군데 떠 있었지만 운전을 하면서 보는 구름의 모양은 시시각각 변했다. 그러나 하얀 구름들 사이에 떠 있는 회색 구름 한 덩어리는 그 모습을 유지한 채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구름이 따라온다는 건 어찌 생각하면 꽤나 정상적인 이야기지만 따라오는 그 구름의 모양이 변함없음을 말하는 건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키 오마주 소설 2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