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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06. 2023

하루키 오마주 소설 31

소설


31.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물로 입안을 헹궈냈다. 전망대가 언제 생겼는지 전망대가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전망대에서 보는 바다는 바다였다. 전망대를 올려 구름들을 살폈다. 하지만 회색구름은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일까. 바다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렀다. 하지만 푸르름에도 깊이와 스타일이 달랐다. 바다와 하늘은 그러데이션으로 몹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하늘에 구름들이 있었는데 나를 따라오던 회색구름은 보이지 않았다. 희미하게 하얀 달도 보였다. 망원경으로 달을 좀 더 당겨서 보니 달 옆에 작고 조금 일그러진 또 다른 달이 떠 있었다. 파인더 뷰에 들어온 달은 두 개였다. 조금은 낡고 닳은 듯한, 작은달이 큰 달 밑에 떠 있었다.


 나는 한참을 두 개의 달을 바라보았다. 두 개의 달은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은 채 적정한 가격을 유지한 채 그렇게 저 먼 하늘에 떠 있었다. 전갱이 수 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달이 두 개라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서서 십 분 이상 두 개의 달을 바라보았다. 그러느라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 전망대로 올라온 또 다른 노인도 나처럼 두 개의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했다. 망양 휴게소에 나온 많은 사람들은 두 개의 달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저 노인은 분명 두 개의 달을 보고 있었다. 노인은 7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피부는 깨끗했고 마른 체형이었다. 옷은 아주 잘 다려져 있고 주름도 반듯했다. 약간 등을 구부리고 서 있었고 나와 같은 하늘의 방향, 즉 두 개의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둘을 제외하고 망양 휴게소에 온 모든 사람들이 두 개의 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나는 노인에게 두 개의 달이 보이냐고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나카타입니다. 저는 지사님이 매달 주시는 보조금으로 생활을 하는데 그곳에서 평생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을 벗어나 북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사님께서 보조금을 끊을까 봐 걱정이 되지만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북쪽으로 가야만 한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북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저 두 개의 달이 보이냐고 물었다.


 네,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는 나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력은 아주 좋습니다. 가끔 고양이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은 저처럼 눈이 좋지 못하며 고양이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합니다.


 나카타 씨는 북쪽으로 가는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오직 북쪽으로 가야 한다.라는 의지가 있었다. 그가 배가 고프고 식당에서 주문하는 법을 모른다고 해서 치즈 돈가스와 공기 밥을 시켜주었다. 나타카 씨는 잘 먹었다.


 저는 돈가스를 좋아합니다. 일주일이 한 번은 꼭 먹습니다. 그 정도로 좋아합니다. 장어덮밥도 좋아하지만 비싸서 자주 먹을 수는 없습니다. 지난번에 고마라는 어린 고양이를 주인에게 찾아주고받은 사례금으로 돈가스를 사 먹었지요. 이 돈가스는 제가 자주 먹던 돈가스와는 다릅니다. 아주 맛있군요.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저는 그러겠습니다.


 나는 북쪽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나카타 씨는 북쪽으로 가면 어떻게든 된다고 했다. 일단 가면 그 뒤의 일은 생각이 날 거라고 했다. 지금은 왜 북쪽으로 가는지 설명은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치매가 걸렸다거나 이상한 노인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불영계곡에 가는데 나카타 씨와 동행하기로 했다. 노인의 목적지는 모르겠지만 노인은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려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버스도 가버렸다. 타도 갈 차도 없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돈가스를 먹으며 말을 하는데 과연 대단한 여정이었다. 나카타 씨는 요금과 버스 번호나 택시 번호판 같은 것들을 전부 외우고 있었다. 나카타 씨는 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극장을 처음 구경하는 사람처럼 창밖으로 두 개의 달을 보았다.


 음악을 좀 틀까요?라고 나는 물었다.


 저는 음악을 잘 모릅니다. 음악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음악이 좋은지 모릅니다.


 FM라디오를 켜자 비발디의 목관악기를 위한 협주곡이 흘러나왔다. 피콜로가 작은 새의 지저귐 같은 경쾌한 트릴을 연주했다. 그건 마치 우리가 현실의 비현실성을 강조하기 위한 음악처럼 느껴졌다. 나타카 씨는 음악이 흐르는 동안 리듬을 탔다. 자동반사 같은 것이었다. 나카타 씨와 함께 있으면 이상하지만 마음이 편안했다. 억지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나카타 씨라는 노인이 가지고 있는 인간성이 거짓 없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자신만의 진실함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은 사람들에게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지만 어쩐지 나카타 씨 앞에서는 누구도 그렇게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지도 모른다. 7번 국도를 타는 동안 나카타 씨는 많은 말을 했다. 느리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다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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